동남아 주변국 공략 속 한국 주력 수출품과 겹치는 분야 늘어
전문가들 “단기 타격은 없겠지만...중장기 경쟁구도 변화 주목해야”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 제한을 사실상 전면 철폐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면서, 글로벌 방산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그동안 동유럽과 중동 시장을 공략하며 ‘K-방산 신화’를 써 내려온 한국으로선, 강력한 제조 역량과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과의 피할 수 없는 정면 승부가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지침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그간 수출 목적을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 등 이른바 ‘5개 유형’으로 제한해온 장치를 없앴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투기, 전함, 잠수함, 미사일 등 살상 능력을 지닌 장비도 수출길이 열렸다. 일본으로썬 수십 년 만의 최대 방산 수출 규제 완화라는 평가다.
이번 조치는 전후 평화주의 아래 유지돼온 일본의 방산 정책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1967년 무기수출 3원칙을 내놓은 뒤 1976년 사실상 전면 금수 체제로 들어갔고, 2014년 아베 신조 내각이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도입하며 조건부 수출길을 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살상 무기는 원칙적으로 막혀 있었다. 이번에는 그 마지막 안전핀 역할을 하던 ‘5개 유형’까지 없애며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일본 정부는 수출 여부를 NSC가 심사하고, 분쟁 당사국 수출은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안보상 필요가 있으면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2022년 이후 국방비를 2027년 GDP 대비 2%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23년에는 방산 기업 수익성 개선을 위해 내수 방산 이익률 산정 방식도 손봤다. 일본 방산업체들의 내수 매출은 2022년 합산 1조3000억엔 수준에서 2030년 3조3000억엔으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주요 방산기업들은 이미 미사일 중심으로 생산능력 증설도 병행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MHI)는 방산 부문 인력을 30% 늘렸고, 2025년 11월에는 나고야 미사일 공장을 준공해 현재 일부 가동 중이다. 가와사키중공업(KHI)는 헬리콥터 및 호위함용 엔진 증산 투자를 진행 중이다. 미쓰비시전기(MELCO)는 1000명을 증원할 계획이고, 가마쿠라 공장과 전자통신시스템센터에 생산동 8개를 신설 중이다.
한국 방산과의 경쟁이 현실화할 분야는 항공기·함정·미사일이다. 일본은 이미 필리핀에 경계관제 레이더를 수출했고, 인도 군함용 통신 안테나 수출도 조정 중이다. 호주에는 모가미급 호위함을 원형으로 한 차세대 함정 공동개발을 제안했고, 영국·이탈리아와 개발 중인 차기 전투기 수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양승윤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지리적 특성상 항공기, 수상함·잠수함, 미사일 체계가 강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과 수출 시장에서 맞붙을 가능성도 이 영역에 집중될 것”으로 봤다.
다만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 업체들은 아직 자국 수요 대응이 우선이고 생산능력도 빠듯하다. 반면 한국은 폴란드, 필리핀, 페루, 말레이시아 등에서 이미 수출 레퍼런스를 쌓았고, 빠른 납기와 금융, 현지화 패키지에서도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측에서도 K방산에 대한 자료를 굉장히 많이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마 한국을 주된 경쟁국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직 수출 레퍼런스가 없다 보니 방산 수주를 위한 외교 활동 부터 활발하게 시작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에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