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불씨 살린 ‘텀블러 캠페인’ 성공하려면

입력 2026-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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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책임·선의에 기대선 실패 반복
전면참여로 네트워크 효과 살리고
정부서 규칙 제정·보조금 지원하길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환율과 에너지 측면에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나프타 부족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우리 삶의 어려움이 조명되고 있다. 종량제봉투 사재기 현상과 함께 당장 포장재가 부족해서 라면도 먹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우리 생활 대부분의 원료가 나프타이며 그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삼 알게 되었다. 생존을 위한 자원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우리의 협상력은 낮아진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해서라도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은 당장 필요하다.

이런 상황임에도 자원의 재활용이나 재순환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활발해 보이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창 다회용컵 사용 등 논의가 활발한 적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경험이 아직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이를 다시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환경부, 지자체, 스타벅스, SK까지 참여한 대규모 협업이었지만 수거·세척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포기했으며, 이 과정에서 나타난 다회용컵의 회수율도 생각보다 낮았다.

우리나라가 공공장소에서 노트북 같은 고가의 제품을 두고 다닐 정도로 시민의식이 높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시민의식이 부족하다고 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귀찮거나 반납하고 싶지만 자꾸 잊어버린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일회용품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수십 회 이상 이용이 필수적인데 낮은 회수율은 이마저도 정당화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높은 분리수거율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은 태워서 열을 뽑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독일의 경우에는 페트 재활용률이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많은 사람들이 깨끗이 씻고 라벨을 떼고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나라의 경우에는 마치 우리나라가 예전에 공병을 회수했던 것처럼 슈퍼마켓 등에 페트병을 반납하고 바로 돈으로 받는다.

이때 모든 페트병을 회수 대상으로 하지는 않으며, 바코드가 있고 회수해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되는 병만 회수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이를 꼭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회수 시스템의 설계가 참여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즉 참여할 인센티브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돈으로 돌려받고 그렇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높은 쓰레기 비용을 내야 하며, 재활용이 반드시 필요한 공급자는 이런 프로세스를 통해 상대적으로 비용 효율적으로 수거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다회용컵의 경우는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시민들의 선의,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기댄 측면이 있다. 가져간 컵을 다시 매장으로 가져오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텀블러를 가지고 다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가져와야 한다면, 시민의식 부족이었을까? 불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들이 다회용컵 사용 시스템을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제공했지만 사실 이 부분은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필요한 분야이다. 특정 브랜드 매장에서만 반납이 가능한 구조로는 한계가 있으며, 어디서든 쉽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비용도 줄고 편의가 증가하지만 예외가 많을수록 불편은 증가하고 비용도 줄지 않는다.

최근 일본의 교복 디자인 일원화에 대한 뉴스가 있었다. 개성이 없어진다는 측면에서 필자는 이러한 방식을 찬성하지 않지만, 이렇게 일원화할 경우 교복업체들의 경쟁을 통한 비용 절감, 자원순환 가능성 증가 및 이에 따른 활용 효율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표준화와 전면적 참여를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작동시키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는 개인의 효용은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초기 참여자를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필수적이다. 전기차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던 것처럼.

우리는 다회용컵 실험에 실패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개인의 선의에만 기댄 결과다. 그러나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려면 예외 없는 전면적 참여가 필요하고, 참여자들이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기 전까지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민간에서 시장 논리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며 정부의 규칙 제정과 보조가 필요한 곳이다. 정부와 현재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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