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 선언...최소 가동률로 버텨
해협 열려도 정상화까진 시간 소요

미국과 이란이 7일 합의한 2주간의 휴전이 오는 22일 종료됨에 따라 중동발 물류 위기가 재점화될 조짐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정상화가 불투명해지면서, 나프타 등 핵심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개방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공급망 혼란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석화업체들은 이미 원료 수급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23일부터 여수공단 2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회사는 이란 전쟁 여파로 나프타 원료 확보에 차질이 생겼다고 공시했다. 여천NCC도 같은달 27일부터 프로필렌 전용 공장(OCU) 가동을 멈추고 불가항력 선언을 한 상태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급한 불은 껐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PX 공급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지만, 최근 알제리와 스페인 등지에서 중질 나프타 11만t(톤)를 확보하며 생산 차질을 줄였다. PX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원료로 생산되는 방향족 탄화수소로 폴리에스터 섬유, PET 병, 필름 등의 주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을 만드는 데 쓰인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이번에 확보한 나프타를 다음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등을 통해 NCC를 수급해서 공장을 최소 가동률 55% 수준에서 돌리고 있다"면서 "최근 나프타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재고를 많이 쌓아두면 또 자칫 손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이라 가격 추이를 봐가면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곧바로 공급이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만선 상태의 유조선이 우선 통과를 하고, 빈 유조선이 들어와 가득 찬 탱크를 비워내는 과정까지 이뤄져야 산유국의 원유 생산이 가능하다. 선박 운항에만 4주 소요된다는 점, 걸프지역 내 정제설비 30~40%가 타격을 입어 정상화에 3개월이 소요된다는 전망을 종합하면 공급망 정상화에는 장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해협 개방 시 통행의 우선 순위는 원유·가스가 1순위이며, 석유화학 관련 제품이나 납사 등은 후순위일 가능성이 높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유, 석유화학 보유 원재료는 4월 중순이면 크게 소진될 것"이라며 "입항 기간 4주를 감안하면 4월 중순~말부터 가동률 조정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한국과 인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인도에 나프타 물량 지원을 요청했다. 인도는 우리나라의 제 5위 나프타 수출국으로 지난해 수입한 나프타 물량만 해도 211만t에 달한다. 청와대는 이번 추경에 반영된 6783억원 규모의 나프타 수입 단가 차액 지원 사업 재원 조치가 완료된 만큼, 나프타 공급량을 전쟁 전 수준인 211만t까지 회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는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를 통해 최대 210만t의 나프타를 확보했고, 확보 물량은 4월말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어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