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도끼를 가는 4시간…북극항로, 길보다 먼저 판을 읽어라

입력 2026-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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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도끼를 가는 데 4시간을 쓰겠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로 알려진 이 문장은 흔한 자기계발 문구로 소비되지만, 지금 글로벌 공급망 경쟁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냉혹한 의미를 갖는다.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선점’ 그 자체다.

북극항로가 뜬다. 얼음이 녹으면서 길이 열린다는 단순한 서사가 아니다. 항로를 둘러싼 자원과 인프라까지 묶인 거대한 패키지 경쟁이다. 현재 북극항로 활성화를 위해 공개된 개발 프로젝트만 약 300개에 이른다.

현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적극적으로 들어갔고 미국과 일본도 물밑에서 판을 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뚜렷한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조건이 갖춰지면’이라는 가정 위에서 맴도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가정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라는 점이다. 제재가 풀리고 환경이 안정되면 움직이겠다는 접근은 결국 가장 늦게 출발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보다 앞선 사전 검토와 네트워크 구축이다. 도끼를 가는 시간이다.

특히 러시아와의 협력은 한국에 있어 선택지가 아니라 반드시 쥐어야 할 가장 매력적인 카드다. ‘윈윈 구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희토류·리튬·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과 기초 기술에 강점이 있는 반면 한국은 자본, EPC(설계·조달·시공), 양산 기술 등 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 상호 보완성이 뚜렷하다. 단순 거래를 넘어선 전략적 결합의 여지가 크다.

북극항로를 단순한 운송비 비교로 보는 시각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운송비가 싸냐 비싸냐는 1차원적 질문이다. 지금은 비용보다 ‘리스크 회피’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다. 전쟁과 제재, 병목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북극항로는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공급망 충격을 흡수하는 ‘전략적 보험’에 가깝다.

결국 승부는 준비의 밀도에서 갈린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도끼를 갈지 않은 채 숲에 들어서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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