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요율 공개되면 금세 ‘미투 상품’
개발 유인책 실효성 의문

보험업계의 ‘상품 특허권’으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이 제도 개편 이후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 기간 상한이 확대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실제 심의에서는 여전히 단기 부여가 주를 이루는 데다 특정 분야에서는 승인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보험사들의 혁신 의지를 꺾고 있다는 비판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규 특약의 독점적 판매 권한을 인정하는 배타적사용권 제도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4년 10월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배타적사용권의 최소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최대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늘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신상품 개발을 유도해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였다.
제도 개선 이후 KB손해보험의 ‘KB전통시장 날씨피해 보상보험’이 최대 한도인 1년6개월(18개월)을 인정받는 등 상한선을 채운 사례도 나왔으나,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개발 소요 기간과 보호 기간의 불균형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뒷받침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규 특약 기획 및 개발에는 평균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반면 부여되는 독점 판매 기간은 이에 미치지 못해 구조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보험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약관과 요율 산출 방식이 전면 공개된다. 보장 구조가 시장에 노출되면 타 보험사들이 한도나 조건을 미세하게 조정한 유사 상품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다. 독점 판매 기간이 짧을수록 선도 회사의 시장 선점 효과는 급격히 반감된다.
게다가 자동차보험처럼 표준화된 요율 체계를 가진 분야는 혁신성을 인정받기가 더욱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화손해보험이 야심 차게 내놓은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할인 특약’의 배타적사용권 획득 실패는 이 같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고 예방이라는 공익성과 새로운 위험률 산출을 앞세웠음에도 보수적인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표준약관 기반이라 혁신 특약이 독창성을 인정받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며 “장기보험에 비해 승인이 까다로운 업권별 비대칭성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제도 개선의 외형적 확대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개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소비자 편익이 크거나 공익적 성격이 뚜렷한 혁신 특약에 대해서는 심의 시 별도의 가점을 주거나 보호 기간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전향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투입된 비용과 혁신성에 비례하는 확실한 보상이 주어져야 업계 전반의 상품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독창적인 상품이 시장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구조적 정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