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이자이익 60조원 돌파에도 비이자 비중은 8분의 1
규제 묶인 은행 자산관리…시장 변동성 따른 일시적 수익 한계
증시가 달아오를수록 증권사와 은행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증권사가 정부의 규제 완화와 신사업 승인을 등에 업고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의 영토를 무한 확장하는 사이, 은행은 ‘이자 장사’에 매몰됐다는 비판과 촘촘한 규제 그물망에 갇혀 제자리걸음이다. 같은 ‘불장’이어도 증권은 규제 완화의 수혜를 입어 판을 키우는 반면, 은행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구조적 한계만 절감하는 형국이다.
증권업의 강력한 성장 동력은 수익원이 입체적이라는 점에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종합금융투자사업자(IMA) 등 신사업 모델이 열리면서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수수료 수익은 16조6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급증했다. 이 중 수탁수수료는 8조6021억원으로 37.3% 늘었다. 국내 주식 거래대금이 36.0%, 해외주식 결제금액이 24.3% 늘어난 결과다.
수익 확대는 단순 매매 중개에 그치지 않았다. 특히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증권 등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들은 예금 성격의 자금을 흡수해 공격적인 운용이 가능해지면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업은 자기매매와 IB, 자산관리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WM 부문 수수료는 1조6333억원으로 전년보다 26.4% 늘었고, IB 부문 수수료도 4조864억원으로 9.2% 증가했다. 기타자산 손익 역시 5조1206억원으로 72.2%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증권업의 구조적 강점으로 꼽는다. 시장이 살아날수록 거래 수수료 외에도 고객 자금 유입, 상품 판매, 기업 자금조달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수료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붙잡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결국 상품 다양성과 서비스 차별화, 거래플랫폼 경쟁력 같은 비가격 경쟁력이 증권사의 우위를 가르는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은 화려한 실적 이면에 ‘수익 불균형’이라는 고질적 숙제를 안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사상 처음 60조원을 돌파(60조4000억원)했다. 그러나 비이자이익은 7조6000억원에 머물렀다. 절대 규모 면에서 비이자이익이 이자이익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 구조가 더욱 고착화된 형국이다.
비이자이익이 전년보다 26.9% 늘긴 했지만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증가분 대부분이 금리·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외환·파생 관련 이익(6조2000억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상황에 따른 일시적 요인일 뿐, 은행의 기초 체력이 강화된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로 자산관리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신탁 관련 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강화라는 규제 장벽에 막혀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가 위축된 탓이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의 손발을 묶은 규제 환경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직접 판매 금지 등 핵심 투자 상품 시장에서 증권사에 비해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 있다. 비이자이익 확대를 꾀하려 해도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규제에 막혀 신규 수익원 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정치권과 따가운 시선과 정부의 대출 규제도 부담이다. ‘이자 장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은행의 적극적인 영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기업대출 경쟁이 심화하고 증권사·제2금융권과의 수신 경쟁까지 격화되면서 조달비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산업의 수익구조는 구조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