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했던 이라하 작가의 웹툰을 기반한 휴먼 드라마이다. 다양한 이유로 정신병동에 오게된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그들을 도우려는 의료진의 삶과 성장의 이야기이다. 이런 드라마가 나올 정도로, 정신과에 대한 편견은 지난 10년간 현저히 감소했다. 국가정신건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과 비교해 2024년 외래환자 실인원은 198만명에서 277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외래치료율이 개선 중이다.
그러나 증상이 더욱 심각하고 삶의 위기에 처한 입원환자를 보는 정신과 병동은 생존의 위기상태에 있었다. 입원환자수는 연 14만명에서 11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병상이 감소하는 것은 조기치료의 결과일수도 있지만, 상당 수의 병동은 적자로 문을 닫았다. 일반병원은 물론 요양병원보다도 낮은 수준의 인력기준, 그리고 모든 진료과를 통틀어 최하위의 입원일당 수가로 애물단지로 전락해왔다. 하루 60명의 입원환자를 봐야하는 의사 인력 기준과 더 열악한 간호 인력 기준에 따라 야간은 때로 무의촌 수준이기도 했다. 시설은 낙후되고 치료가 제대로 안되니 오히려 만성화되고, 사고가 나고, 사회적 비용은 더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최후의 보루인 상급종합병원이 보유한 정신병상도 2011년에서 2022년 사이 1021개 병상에서 840개 병상으로 18% 감소했다.
정신과 병동은 1급 전염병과 함께 의료의 영역에서 비자발적 치료가 법으로 허용되는 예외적으로 매우 특수한 영역이다. 영국도 다르지 않다. 다만 영국에서 강박 상황까지 발생하는 경우는 극단적으로 드물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급성기 정신병상에서 근무하는 문승연 전문의는 근무하는 병동에서 강박이 시행되는 경우는 1년에 한 건 정도인데, 정신응급환자에게는 의사가 NHS 소속 간병사를 6명을 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3교대이므로 18명까지 배치할 수 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 시도나 행동 문제로 본인과 주변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응급상황에서 인력은 ‘인권’의 문제이자 급성기 환자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행히 2020년 시작된 정부의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사업이 본사업화 돼 급성기 치료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도 20개의 집중치료실 병상을 신청해 수가개선과 기준 강화로 4명의 간호인력을 충원했고 야간에도 2명의 간호사가 근무하게 돼 보다 안전해졌다. 정부는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서 집중치료실 병상을 연내 1600개, 2030년까지 2000개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퇴원 이후에도 병원 기반 사례 관리와 낮 병동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퇴원후 지역사회에서 회복을 위해 의미있는 진전이다. 물론 상급종합병원 뿐 아니라 역량있는 정신전문병원의 참여로 접근성을 높이고 근무하는 의료진의 법적 리스크도 조정해야하는 등의 과제도 남는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먼저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안전하고 충분한 전문인력을 갖춘 치료환경이 필수적이다. 퇴원 이후 지역사회의 서비스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처럼 급성기병상의 개선이 현실에서 다시 일어서는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