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의 반등에도 외국인은 ‘셀 코리아’를 이어갔다. 중동발 리스크가 터진 이후로 외국인은 ‘대장주’를 쉬지 않고 팔아치웠고, 국내 개인 투자자는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의 자금 회수를 돕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2.27)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5조8806억원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전쟁 이후 22거래일 동안 단 3일(4일, 10일, 18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매도로 마감했다.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6.24p(8.44%) 오른 5478.70으로 마감하며 크게 반등했지만, 외국인은 625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하락장’에서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이후 코스피 지수가 하락 마감한 날은 총 11일이었는데, 이 11일의 평균치를 계산한 결과 외국인은 시장에서 일평균 2조7068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같은 하락장에서 일평균 3조22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방어했다.
대장주가 외국인의 차익 실현을 돕는 ‘ATM’이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상위 종목 1~3위과 개인의 누적 순매수 상위 종목 1~3위는 정확하게 일치했다.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SK하이닉스, 3위는 현대차였다. 국내 시총 상위 종목 순서 그대로다.
특히 외국인은 3일부터 이날까지 위 대장주에서만 총 29조112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장 전체 외국인 누적 매도액이 35조880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서 회수한 자금 중 80% 이상이 이 세 종목에서 나온 셈이다.
각 종목별로 봐도 3월 한달 간 외국인의 순매도세와 개인의 순매수세는 데칼코마니처럼 맞물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누적 18조2469억원을 팔아치운 반면, 개인은 누적 15조2505억원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 8조5537억원을 순매도, 개인은 6조5752억원을 순매수했고, 현대차 역시 외국인이 2조8350억어치 순매도하는 가운데 개인이 3조321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하락장’에서 개인이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그대로 사들이는 패턴이 두드러졌다. 전쟁 이후 코스피 지수가 하락 마감한 날은 총 11일이었는데, 이 11일의 평균치를 계산한 결과 외국인은 일평균 1조3768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같은 하락장에서 일평균 1조3030억원어치 사들였다.
SK하이닉스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11일의 하락장에서 외국인은 일평균 7296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일평균 8760억원 사들였다.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는 날마다 외국인이 던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물량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그대로 받아내는 모양새다.
다만 현대차의 수급 양상은 달랐다. 외국인의 현대차 순매도 금액은 하락장(일평균 1391억원)과 상승장(일평균 1288억원) 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지수가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매일 평균 1300억 원가량의 현대차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도 마찬가지였다. 하락장에서 현대차 주식을 일평균 1926억원 순매수하고, 상승장에서는 일평균 1258억원 순매수했다. 주가가 크게 빠지는 하락장에서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여 저가 매수에 나서긴 했지만 차이 는 크지 않았다.
이에 세 ‘대장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모두 감소하는 추세다. 3일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0.30이었는데 이날 48.41까지 내려왔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54.02에서 52.69까지 하락했고 현대차는 30.35에서 27.72까지 내려왔다. 세 종목 모두 1~3%p가량 감소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 발발 이후) 특히 에너지 의존국에 대한 집중 타격이 진행됐다”며 “(이 가운데서 한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이익을 중심으로 한 펀더멘털 불안으로 번진 사건까지는 아직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코스피 시장과 반도체 업종에 대한 매도가 클라이맥스 권역에 진입했다”며 “조만간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고 개선될 가능성을 높이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외국인이 매수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의 수급 개선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저평가된 대형주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