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9거래일 연속 순매도
한 달 새 시총 1060조원 증발

코스피가 5000선 붕괴 위기에 몰렸다. 중동전쟁 장기화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로 치솟고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증시는 3월 마지막 거래일 4% 이상 급락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4.84포인트(4.26%) 내린 5052.46에 거래를 마쳤다. 26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코스닥지수도 54.66포인트(4.94%) 떨어진 1052.39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5000선을 위협받았고, 장중 낙폭을 줄이기도 했지만 장 후반 다시 밀리며 5050선대로 주저앉았다.
이날 시장을 가장 강하게 짓눌렀던 것은 환율이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535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주간거래 기준 1530원선을 넘어섰다. 중동 사태 장기화 우려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겹치며 원화 약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환율 급등은 외국인 투매를 더 자극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8473억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4403억원, 1조24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급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달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35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도주 약세도 뼈아팠다. 삼성전자는 5.16% 내리며 다시 16만원대로 밀려났고, SK하이닉스는 7.56% 하락해 8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현대차도 5.11%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시가총액 1위 삼천당제약이 하한가를 기록하며 지수 약세를 키웠다. 국내 증시를 끌어온 대표 종목들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시장 전반의 불안이 증폭됐다.
한 달간 증시에서 빠져나간 시가총액은 충격의 크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3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총 1060조248억원 줄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2월 27일 5146조3731억원에서 이날 4159조858억원으로 987조2872억원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72조7376억원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의 시총도 크게 하락했다. 이달 3일부터 31일까지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 감소분은 472조8645억원으로 전체 감소분의 44.6%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0거래일 만에 다시 1000조원 아래로 내려왔고, SK하이닉스 시가총액도 큰 폭으로 줄었다. ‘삼전·하이닉스’가 흔들리면 지수도 버티기 어렵다는 국내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드러난 셈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약세가 지속됐다”며 “중동발 충격에 따른 고환율과 고유가가 투자심리를 제약했고, 외국인의 9거래일 연속 순매도도 부담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의사가 일부 부각됐지만 구체적인 협상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고환율과 고유가에 따른 고물가 리스크는 여전히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