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제자리’… 주담대 줄고 신용대출 6700억↑
예·적금서 빠진 자금 투자 대기… 은행권 ‘기업금융’으로 활로 모색

정부의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상승세는 꺾였으나, 그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붙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예·적금 자금마저 이탈해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쏠리면서 은행권은 가계금융 대신 기업대출 중심의 ‘생산적 금융’으로 생존 전략을 수정하는 모양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 80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765조8655억원) 대비 607억원(0.01%) 감소한 수치로, 사실상 증가세가 멈춰 섰다.
세부 항목을 보면 대출 규제의 직접적 타깃인 주택담보대출이 610조455억원으로 전월보다 6756억원(0.1%) 줄었다. 반면 신용대출은 104조9906억원을 기록하며 한 달 새 6785억원(0.7%) 늘어났다.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충당하거나, 최근 증시 회복 기대감에 따른 투자 수요가 하단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수신 구조도 ‘장기 저축’에서 ‘단기 부동화’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2207조 8274억 원으로 전월 대비 4조7323억원(0.2%) 늘었지만, 정기 예·적금은 동반 감소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938조3046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5851억원(0.9%) 급감했고, 정기적금 역시 46조2378억원으로 1조711억원(0.4%) 줄었다. 반면 언제든 빼서 투자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547조9387억원으로 5조 412억원(0.9%) 증가했다.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며 저축 매력이 떨어지자, 투자 기회를 엿보는 ‘대기성 자금’이 은행 금고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계대출 억제로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요구불예금 증가는 조달 비용 면에선 유리하나 자산 운용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은 규제 영향으로 늘기 어렵고, 예금은 금리 매력이 떨어지면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은행 전략은 생산적 금융과 발맞춰 기업금융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