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저평가 해소 위한 신성장동력 필요
전자·CNS·유플러스·지주사까지 전사 역량 총동원

성장 둔화와 저평가, 실적 부진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LG그룹이 인공지능(AI) 로봇을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배터리와 화학 등 기존 성장축이 주춤한 사이, 지주사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LG전자의 하드웨어, LG CNS의 로봇전환(RX), LG유플러스의 AI 에이전트를 하나로 묶는 ‘LG식 피지컬 AI 연합군’을 결성했다. 파편화된 계열사 역량을 총집결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다.
27일 LG그룹에 따르면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등 주요 계열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189조824억원으로 전년 190조6654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전기차 캐즘, 메탈가 하락 여파로 화학·전지 사업의 이익 창출력이 크게 약해졌다. 생활건강 부진과 전자사업의 대외 변수 노출까지 겹치며 기존 성장 공식도 흔들리고 있다.
그룹 전체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는 한때 시가총액 4위 자리를 한화에 내주기도 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전자 계열이 실적 방어를 맡는 구조가 됐다. 전자 매출 비중은 61%, 화학은 28%로 특정 축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시장에서는 그룹 차원의 새 성장 서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계열사 실적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AI 로봇 사업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재평가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090억원과 LG에너지솔루션 적자 전환도 이런 시각을 키웠다.
LG의 해법은 피지컬 AI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을 기반으로 LG전자는 피지컬 AI, LG CNS는 AI전환(AX)·RX, LG유플러스는 AI 데이터센터로 확장하는 구조를 갖췄다.
핵심은 LG전자다. LG전자는 1962년부터 모터를 직접 생산해 왔다.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적용해 상용화한 DD모터의 누적생산량은 1억3000만 대이며 창원 공장에 갖춘 모터 시험 검증 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2019년 로봇사업센터 설립 이후 협동로봇용, 배송로봇용 휠모터 개발을 통해 경험을 축적해 왔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연내 액추에이터 양산체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0년이 넘는 모터 기술력 기반으로 로봇의 근육과 관절 역할하는 액추에이터 사업을 내재화하겠다는 구상이다.
LG CNS는 로봇의 운영체계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로봇 기업 덱스메이트에 투자하고 하드웨어·로봇 파운데이션 모델·플랫폼을 결합한 ‘풀스택 RX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LG유플러스는 통신과 AI 에이전트를 로봇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LG는 각 계열사의 공통 분모를 묶는 역할을 맡는다. AI 역량을 결집해 피지컬 AI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로봇과 AI 기반 장기 성장성을 부각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의 모터 기술, 전장의 구동 기술, 공조의 제어 역량, SI의 운영 플랫폼, 통신의 연결성, 엑사원의 AI 두뇌가 한 방향으로 결합되면 LG의 로봇 전략은 단순한 신사업을 넘어 그룹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