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도 안 오르네? 추락하는 금값, 숨겨진 배경 셋 [이슈크래커]

입력 2026-03-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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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로이터/연합뉴스)
▲금괴. (로이터/연합뉴스)
보통 나라끼리 싸우는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가장 안전한 자산인 '금'을 찾습니다. 실제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안전한 피난처를 찾는 수요 덕분에 가격이 올랐지만 이런 오름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로이터가 20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국제 시세는 3주 연속으로 떨어졌고 지난달 28일 이후 무려 10% 넘게 하락했습니다. 위기가 닥치면 무조건 오를 줄 알았던 굳건한 공식이 깨진 셈입니다. 외신과 관련 기관이 분석한 진짜 원인 세 가지를 알기 쉽게 살펴보겠습니다.

금보다 더 인기 폭발한 '미국 달러'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환전소 전광판에 표시된 달러 대비 원화 환율.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환전소 전광판에 표시된 달러 대비 원화 환율.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찾는 피난처가 금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세고 믿음직한 돈인 '미국 달러'도 있습니다. 로이터는 20일 기사에서 "최근 달러가 사람들의 안전자산 수요를 듬뿍 받으며 3월 들어서만 가치가 2% 넘게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달러의 인기가 높아지면 반대로 금의 매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전 세계 시장에서 거래할 때는 기본적으로 달러를 내고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이터는 "강한 달러가 다른 나라 돈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금을 너무 비싸게 만들어 수요를 약화시켰다"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떨어뜨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러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입니다.

"일단 현금부터 챙기자!" 쏟아진 매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 보관된 현금.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 보관된 현금. 사진공동취재단
두 번째 이유는 시장이 불안해지자 사람들이 일단 '현금'을 손에 쥐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경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오면, 투자자들은 당장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자산 중 가장 빠르고 쉽게 팔 수 있는 것부터 내다 파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금이었습니다.

시장 전문가인 밥 하버콘(Bob Haberkorn)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금값 하락 현상에 대해 "유동성(현금)을 찾아 도망치고 있기 때문(flight to liquidity - a flight to cash)"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높은 국채금리와 강달러 현상이 겹치면서, 불안한 마음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으로 바꿔두려는 사람이 많아져 매물이 쏟아졌다는 지적입니다.

쓸어 담던 '큰손' 중앙은행들의 휴식

▲독일 뮌헨의 금은방에 금괴와 은괴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뮌헨의 금은방에 금괴와 은괴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지막 이유는 시장의 가장 큰 손님인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쇼핑을 확 줄였기 때문입니다. 세계금협회(WGC)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양은 고작 5톤에 불과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한 달 평균 27톤씩 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줄어든 양입니다.

세계금협회는 해당 자료에서 "올해 초 중앙은행들의 구매 열기가 식었다(buying momentum eased at the start of the year)"고 콕 집어 말했습니다. 가격이 위아래로 너무 크게 움직여서 불안정했던 데다가, 연휴 기간 등이 겹치면서 은행들이 잠시 사기를 '일시 중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주던 큰 손님들이 지갑을 닫으니 가격이 힘을 잃고 떨어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전쟁이 난다고 해서 금값이 무조건 오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처음엔 불안감에 잠시 올랐지만, 결국 달러의 인기, 사람들의 현금 확보 심리, 은행들의 매수 둔화라는 세 가지 원인이 겹치면서 하락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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