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친환경 선박 분야에 1873억 투자
중동발 에너지 불안에 친환경 연료 체계 전환 가속

조선업계의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글로벌 해양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해양 환경 규제 강화와 중동발(發)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선박의 연료 체계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요인은 국제 환경 규제 강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국제 해운 부문의 탄소배출을 ‘넷제로(탄소중립)’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는 국제 해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의 최소 5%를 무탄소 또는 저탄소 연료로 전환해야 한다. 또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해운을 배출권거래제(ETS) 체계에 편입했다.
해운사는 이 같은 규제에 따라 올해는 지난해 탄소 배출량의 70%, 내년에는 배출량 전량에 대한 배출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글로벌 선주들은 발주 조건에 탄소집약도(CII) 등급이나 친환경 연료 대응 역량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환경 기술 격차가 곧 수주 격차로 직결되는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조선소 입장에서는 해운사의 수요 변화에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친환경 선박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조선·해양산업 기술개발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약 23% 늘어난 32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이 가운데 친환경 선박 분야에만 1873억원이 배정돼 전체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을 위해 무탄소 연료 추진 기술과 탄소 포집·저장 시스템, 중대형 선박용 전기추진 시스템 기자재 개발 등을 추진한다.
여기에 최근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불을 지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확대되면서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과 선박 연료 가격 변동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화석연료 특성상 지역 정세 불안은 선박 연료 수급과 가격에 직결된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대체 연료 선박은 이러한 에너지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 규제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 황 함유량이 기본 0.5% 이하, 미국·유럽 등 특정 해역은 0.1% 이하의 저유황유를 써야 하는데, 중동 리스크로 가격 엄청 뛰었다”며 “대체 연료 필요성이 더 부각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선박유 정보제공업체 쉽앤벙커에 따르면 글로벌 20개 항구 평균 저유황유(VLSFO·황 함량 0.5% 미만 선박유) 가격은 13일 기준 t(톤)당 1022.50달러로, 이달 초(587.50달러)보다 74% 급등했다. 앞서 IMO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상한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했다. 미국과 유럽 등 일부 배출통제해역(ECA)에서는 황 함유량 0.1% 이하 연료 사용이 의무화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