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고기 납품 과정에서 가격을 미리 맞춘 담합이 적발됐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입찰가나 견적가를 사전에 합의한 가공·판매업체 9곳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31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전날 열린 소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닭고기나 오리고기 담합을 제재한 사례는 있었지만, 돼지고기 납품 담합이 적발돼 제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담합은 대형마트 납품 가격이 정해지는 단계에서 이뤄졌다. 돼지고기 가격은 산지에서 형성된 돼지 시세를 기준으로 가공·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납품 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제한되면서 가격 형성 구조가 왜곡됐다고 판단했다.
가격 형성의 출발점은 산지 돈가다. 양돈 농가와 육가공업체, 유통업체가 모두 참고하는 기준 가격이다. 돼지 공급량과 사료 가격, 소비 수요 등에 따라 시세가 변동한다.
다음 단계는 육가공업체의 납품 과정이다. 업체들은 돼지고기를 가공해 대형마트 등에 납품한다. 이마트는 판매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눠 돼지고기를 판매한다. 납품 업체 이름을 표시하지 않고 '국내산 돈육'으로 판매하는 일반육, 육가공업체 브랜드를 표시하는 브랜드육이다.
일반육은 입찰 방식으로 납품 업체를 정한다. 여러 업체가 가격을 제시하면 대형마트가 경쟁력 있는 가격을 선택하는 구조다. 반면 브랜드육은 업체들이 견적서를 제출하고 협상을 거쳐 납품 가격을 정한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이 가격을 미리 합의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진행된 일반육 입찰 14건 가운데 8건에서 업체들이 삼겹살과 목심 등 부위별 입찰 가격이나 하한선을 사전에 맞춘 뒤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브랜드육 납품에서도 2021년 7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0차례에 걸쳐 부위별 견적 가격을 미리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쟁이 붙어야 할 납품 가격이 사전에 조정되면서 시장 가격 흐름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업계 기준이 되는 산지 돈가가 2.2% 상승했을 때 담합 업체들의 납품 가격은 9.8% 상승했다. 반대로 돈가가 11.5% 하락했을 때는 납품 가격이 6.4%만 하락했다. 시장 가격이 오를 때는 더 크게 올리고, 내려갈 때는 덜 내리는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으로 계약된 거래 규모를 약 190억원으로 추산했다. 일반육 입찰 계약이 103억원, 브랜드육 협상 계약이 87억원이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는 대성실업,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동조합, CJ피드앤케어, 도드람푸드, 보담, 선진, 팜스토리, 해드림엘피씨 등 9곳이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선진·팜스토리·해드림엘피씨를 제외한 6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도드람푸드가 6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해드림엘피씨 4억4100만원, 선진 4억35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과징금 규모는 계약 금액의 약 16.7% 수준이다.
공정위는 "피심인들(돈육 가공·판매업체)의 담합행위에 따른 납품가격 인상은 이마트의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