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간 전쟁과 이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락에 전세계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가 한때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덮치자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조기 금리인상에 나서거나 금리인하를 미룰 분위기로 돌아섰다. 한국은행도 연내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10일 대내외 채권시장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ECB의 연내 금리 인상 확률은 9일(현지시간) 기준 약 90%까지 상승했다. 시장은 첫 인상은 6월, 다음은 12월로 예상 중이며, 각각 25bp(1bp=0.01%p)씩 총 50bp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금리인하 대신 인상 전망이 크게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시장은 연내 두 차례 금리인하를 반영했지만, 현재는 인상 가능성이 인하를 웃도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서기 어렵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금리 인하가 하반기 단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 발발 전만 해도 시장은 연준이 올해 두세 차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가장 크게 봤었다.

문홍철 DB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유가와 환율이라는 이중변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과거 유가가 고공행진할 때 금리인상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2011년 리비아 내전 등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석유 수출이 차질을 빚었던 당시 한은은 기준금리를 2.75%(2011년 1월)에서 3.25%(2011년 6월)로 인상한 바 있다.
결국 전쟁 양상과 향후 유가 흐름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물가는 0.3%포인트 정도 오른다”며 “국제유가 100달러와 원·달러환율 1500원 정도가 이어진다면 연내 한두 차례 인상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도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 100달러만 돼도 물가를 1.33%포인트 끌어 올린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가 100달러 이상에서 버틴다면 한은도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현재로서는 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대내외 금리도 급변동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의 2년물 국채 수익률(금리)은 9일(현지시간 기준) 약 10bp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는 등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오늘(10일)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1bp 가량 하락해 전날 패닉장을 일부 되돌림했다. 하지만, 장중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금리 하락 폭을 줄이는 모습을 연출함에 따라 불안감이 여전함을 방증했다. 전날(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9.3bp나 치솟아 3.420%를 기록해 2024년 6월3일(3.434%) 이후 최고치를 보이기도 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