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자율주행 실증 사업에서 차량과 보험, 플랫폼을 하나의 팀으로 묶는 새로운 협력 구조를 도입한다. 기술기업이 차량 확보와 보험 부담까지 떠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역할을 분업화해 자율주행 실증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 실증도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 제작사와 보험사, 운송 플랫폼 기업을 묶은 ‘K-자율주행 협력모델’ 참여 기업을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모델은 자율주행 기술기업이 실제 도로에서 기술을 시험할 때 필요한 차량, 보험, 서비스 운영 체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기업이 차량 확보부터 개조, 보험 문제까지 모두 감당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차량·보험·플랫폼을 각각 전문 기업이 맡고 기술기업은 실증에 집중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협력모델에는 자동차 제작사로 현대자동차, 보험사로 삼성화재, 운송 플랫폼 분야에 현대자동차가 선정됐다. 플랫폼 분야에는 총 5개 기업이 지원했으며 서면 평가와 대면 발표 평가를 거쳐 현대차가 최종 선정됐다. 국토부는 현대차가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셔클(Shucle)’을 운영하며 차량과 앱을 결합한 수요응답형 교통(DRT) 서비스 경험을 보유한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차는 자율주행 실증에 필요한 전용 차량을 공급한다. 기본 플랫폼은 아이오닉5 기반이지만 시판 차량이 아니라 자율주행 실증을 고려한 개발 차량 형태로 제공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레벨4 자율주행을 고려해 주요 장치가 이중화된 구조로 설계된다. 조향과 제동, 전원 장치 등을 이중화해 무인 운행 시에도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차량 주변 360도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와 센서, 자율주행 컴퓨팅 장비를 위한 전력 시스템도 갖추도록 요구했다.
실증 차량은 단계적으로 투입된다. 초기에는 소량의 시제품 차량을 먼저 공급해 기술기업이 차량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보정 작업을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후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뒤 하반기부터 차량 투입 규모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자율주행 실증도시인 광주에 약 200대 규모의 차량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차량은 기술기업의 운영 역량과 실증 성과를 평가해 차등 배분될 예정이다.
자율주행 실증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초기에는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시험 운행을 시작하고 이후 조수석 안전관리자 단계, 완전 무인 자율주행 단계로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연말 평가를 통해 기술 수준과 운영 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차량 배분과 실증 단계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보험 분야에서는 삼성화재가 자율주행 사고당 100억원, 연간 총 300억원 수준의 보상 한도를 제시했다. 국토부는 자율주행 실증이 고난도 환경에서 진행되는 만큼 보험 보장 범위를 크게 설정해 기술기업이 위험 부담 없이 실증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도 단계적으로 판단된다. 기본적으로 자율주행 기술기업이 1차 책임을 지지만 사고 원인 조사 결과 차량 결함 등이 확인될 경우 제조사 책임 여부도 따지게 된다.
국토부는 4월 말 자율주행 기술기업 공모를 진행해 협력모델에 참여할 기업을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기술기업이 선정되면 차량과 보험, 플랫폼 기업과 함께 ‘패키지 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실증에 들어가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기업이 차량과 보험 문제까지 모두 떠안으면서 실증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기반 인프라는 국가대표 수준의 기업이 맡고 기술기업이 공격적으로 실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협력모델의 취지”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실증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보험 체계와 책임 구조도 점진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