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정책과 제도가 구조와 내용을 달리하는 순간이 오는 이유는 이익 배분 관점에서 국가가 다수에게 득이 되는 방향을 선택해서다. 소수에 대해서는 이들이 소외되지 않게 정책을 설계할 때 선제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거나 사후에 조처한다. 이런 틀이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이다.
연초 이후 급물살을 탄 행정통합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곳을 더 살기 좋게 바꿔보자는 시도지만 모두가 이런 발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의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 기록을 가져가는 전남광주특별시(7월 1일 출범)를 둘러싼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이유다.
‘지방도 서울만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청사진은 시민들의 엇갈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양측의 공통 분모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이다. 다시 말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나 정책 당국이 집중해야 할 영역은 비교적 명확하다는 얘기다. 통합이 비대칭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지, 구도심과 신도심이 대립하지는 않을지, 농촌이 국가의 관심으로부터 더 멀어지지는 않을지, 그 결과 일부 지역의 정체성이 말살되지는 않을지 등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 시선은 다른 데 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가 생존력을 키우고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대의보다 정쟁을 우선 시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대구·경북 통합에 합의했다가 뒤집은 끝에 비판에 떠밀려 다시 특별법 처리에 나섰다. 대구·경북 통합에 찬성했던 민주당은 이제 국민의힘에 대국민 사과와 충남·대전 통합에 대한 당론을 요구하며 상임위원회 법안 처리를 거부했다.
여야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사이 국가 지도를 바꿀 행정통합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말 정치권이 행정통합을 ‘백년대계’라고 여긴다면 소모적 갈등을 뒤로 하고 나라와 주권자들에게 가능한 이로운 결과물이 되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정치적 이해가 아닌 국가 미래를 기준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