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로 한국 선박들이 발이 묶인 가운데 HMM 선박 5척과 선원 약 100명이 해협 안쪽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선원들은 미사일 공격 장면까지 목격하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정근 HMM해상노조 위원장은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 상황과 관련해 “저희 HMM 선박은 현재 총 5척이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있다”며 “보통 한 척당 22명 정도 승선하는데 5척이면 한 100여 명 정도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선원들과의 연락은 유지되고 있지만 장기 대기에 따른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위원장은 “선박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연락을 하고 있다”며 “너무 기약 없이 늦어지다 보니까 다들 불안해하면서 언제 호르무즈가 뚫리냐고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선원들은 대부분 선박에 머무른 채 대기 중이다. 전 위원장은 “5척 중 3척은 앵커리지 묘박지에서 대기하고 있고 2척은 사우디 쪽에 정박 중”이라며 “배 안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선원들은 미사일 공격 상황을 직접 목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뒤 이란 혁명수비대가 보복 공격을 할 때 주변에 군함이 있었다고 하더라”며 “미사일 잔해나 자폭 드론 잔해가 항구 주변으로 떨어지고 폭발음도 들렸고 주변에 화재가 발생해 항구가 폐쇄되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들이 사진도 찍어 노동조합으로 보내왔고 굉장히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식량과 생필품 문제는 당장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전 위원장은 “항구에 들어갈 때마다 생필품과 식량을 구매하기 때문에 실재고 기준으로 30~50일 치 정도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양념이나 야채, 과일, 고기 등이 포함된 수치라 곡물류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HMM 선박 외에도 호르무즈해협에 묶인 국적 선박이 총 26척에 이르는 만큼 다른 선박들의 상황 파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HMM 선박들은 여유가 있다고 하는데 국적선 26척의 다른 선박들이 식량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원 가족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 위원장은 “가족들이 노동조합으로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며 “걱정이 되니까 육로를 통해서라도 빨리 송환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현재 선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선박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미국 군함이 없는 묘박지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미국 군함이 없어야 피격 위험도 줄어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선원만 먼저 국내로 송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안전하게 대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안 되면 해양수산부와 외교부와 논의해 송환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와의 협의도 진행 중이다. 그는 “해양수산부가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계속 파악하고 있고, 식량과 안전한 해역 확보, 정보 공유, 심리적 안정 대책 등을 요구했다”며 “해양수산부도 외교부와 함께 다음 단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가 선박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위원장은 “마린트래픽 같은 AIS(선박자동식별장치) 정보를 보면 다른 선박들도 묘박지에 와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가 몰리면서 충돌 사고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유조선 호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기대감이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갈 때는 호송을 할 수 있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호송이 될지, 호송이 되면 미사일 위험이 없는지 가봐야 아는 것”이라며 “크게 기대하지 않고 종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상황이 길어질 경우 법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 위원장은 “승무원들이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 해역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며 “원래 고위험 지역에 들어갈 때는 승선 거부권이나 하선권이 먼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어떤 동의 없이 페르시아만에 무기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나중에 승무원들을 먼저 송환하면 한국에서 동의한 사람이 배를 가지러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상황이 언제 풀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전 위원장은 “기약이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한 부분”이라며 “어느 정도 데드라인을 설정해 안 되면 청해부대를 파견해 호송한다든지, 육로를 통해 먼저 송환하는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