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자·한수원 운영 역량 결합…데이터센터 전력시장 겨냥
두산에너빌리티 주기기 제작 가시성↑…SMR ‘속도 경쟁’ 본격화

테라파워의 미국 첫 상업용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승인은 국내 기업들에도 실질적인 수주 기회가 열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투자와 기술 협력에 참여한 SK그룹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물론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 기자재 기업까지 포함한 ‘K-원전 생태계’ 전반에 낙수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는 평가다.
5일 SK그룹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한수원은 테라파워와의 투자 및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SMR 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일찍이 테라파워에 투자하며 SMR 사업에 뛰어들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8월 공동으로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테라파워의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2023년 SK이노베이션·한수원·테라파워는 차세대 SMR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4세대 원전인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SMR 개발에 협력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소재 사업에서 축적한 역량과 한수원의 원전 건설·운영 경험을 결합해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 산업에 SMR 기반 에너지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SMR을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 2026’ 환영사에서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짓는 새로운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며 “AI 산업이 창출하는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려면 SMR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 소스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최 회장이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서울에서 만나 SMR 등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사업협력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 2008년 자신이 설립한 차세대 SMR 혁신기업 테라파워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원전 기자재 산업에도 직접적인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국내 원전 주기기 제작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SMR 프로젝트에 대한 제작성 검토를 완료하고 본제품 제작을 앞둔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건설 승인으로 테라파워 프로젝트의 발주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SMR 산업 구조는 개발사가 수십 곳에 이르지만 실제 원자로 주기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된 ‘비대칭 구조’다. 대형 단조와 정밀 용접 기술을 갖춘 제작사는 미국과 한국 등 일부 국가에만 존재한다. 이 때문에 SMR 프로젝트가 실제 건설 단계에 들어가면 원전 기자재 기업의 수주 가능성도 동시에 높아지는 구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테라파워와 함께 미국 SMR 기업 엑스에너지, 뉴스케일 등 주요 개발사와 병렬 협력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프로젝트 발주 시점과 사업 가시성을 기준으로 수주 전략을 재정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SMR 시장의 경쟁 기준이 기술력에서 ‘프로젝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개발사의 인허가와 투자 결정이 빨라질수록 기자재 발주와 금융 조달,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등이 연쇄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MR 시장은 첫 상업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는 순간 공급망이 빠르게 형성된다”며 “테라파워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SMR 공급망에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