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내 중견기업들의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수출이 10% 넘게 감소한 사이 중동을 중심으로 20% 넘게 수출이 뛰면서 핵심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중동 정세에 확전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불확실성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4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견기업의 중동 수출액은 37억6900만달러(약 5조56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수출액(31억5200만달러) 대비 19.58% 증가한 수치다. 작년 중견기업의 지역별 수출 중 가장 큰 성장폭이다.
미국과 중국 수출액이 각각 13%, 11% 넘게 급감한 반면 중동과 아세안(19.11%↑)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늘면서 중견기업계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다.
중동향 수출 효자 품목은 기계와 디스플레이, 컴퓨터 부품을 중심으로 커졌다. 지난해 품목별 총 수출에선 △일반기계(140억→132억달러) △무선통신기기(38억→30억달러) △디스플레이(6억7000만→7억달러) △컴퓨터(3억6000만→2억6000만달러) 등 모두 줄었지만 그나마 중동 수출이 감소폭을 떠받쳤다는 의미다.
전통적 수출 텃밭인 미국과 중국이 불확실성으로 중동이 이를 대체할 시장으로 급부상했지만 이번 중동 전쟁 변수로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두바이 항만이 완전 봉쇄됐다가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열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다. 사태가 장기화될까봐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수출과 함께 유가와 강달러로 인한 원가 부담이 대폭 커지면서 투자 심리는 더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 절반 이상(53.1%)은 지난해 말 조사에서 '올해 투자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투자 불필요 업종(34.2%)도 많았지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불확실한 시장 상황(28.7%)', '경영 실적 악화(20.9%)'를 꼽은 기업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니터링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기업들에 대해 20조3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