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기관의 자체 감정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길어지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협회)는 4대 시중은행과 금융기관의 자체 감정평가 중단 문제를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은행권의 소극적 태도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9일 밝혔다.
협회는 금융기관 자체 감정평가는 법 위반이며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도 '감정평가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했다. 협회는 지난해 9월부터 국민은행 앞에서 8차례에 걸쳐 규탄대회를 개최했고,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와 '감정평가법' 위반 해소를 위한 원칙에 합의했다.
이후 협회는 합의 이행을 위해 지난해 11월 금융위를 방문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으며 12월에는 공문을 통해 2025년 말까지 위법 소지를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26일과 올해 1월 13일 두 차례 열린 금융권 연석회의에서 감정평가법 위반 논란 해소를 위한 4대 시중은행의 결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협회는 금융기관 전체 자체평가 중 약 1%에 해당하는 ‘감정평가사 고용 자체평가’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협회는 금융권 입장을 고려해 감정평가사 고용을 통한 불법 자체평가 중단 시행 기한을 6개월에서 최장 3년까지 제안했고, 감정평가서 품질관리를 위한 세부방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협의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대 시중은행은 고용 감정평가사를 통한 담보가치 산정 비중을 2030년 이후에도 현재 대비 최대 5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안을 제했다고 협회는 밝혔다. 협회는 이에 대해 금융위와의 합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양길수 회장은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금융권의 소극적인 태도로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면서도 “협회는 금융권의 긍정적인 태도로의 전환을 기대하며 최대한 인내력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가 안 될 경우 향후 금융권의 자체평가를 통한 담보인정비율(LTV) 자의적 적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금융권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금융위가 4대 시중은행의 위법행위를 방치하는 부작위에 대해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하는 등 단계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협회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의 LTV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활용해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의 담보인정비율 담합은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가능금액을 축소하게 되고, 차주는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등 차주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