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필터가 돌아왔다"⋯요즘 SNS 피드가 거꾸로 가는 이유 [솔드아웃]

입력 2026-01-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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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새해가 밝은 지도 보름인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피드가 희한합니다.

누리끼리한 필터가 덧씌워진 영상이 속출하고요. 어디선가 들어본 EDM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채택되죠. 또렷한 눈썹과 컨투어링, 매트한 립 등 메이크업 스타일도 마치 과거에 돌아온 듯한 혼란스러운 모습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는데요. 시기는 확실합니다. 10년 전, 2016년에 유행했던 트렌드가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온 모습이죠.

새해를 맞은 지금 사람들은 왜 미래 대신 과거를 다시 꺼내 들었을까요. 이 회귀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힌트에 가까워 눈길을 끄는데요. 과거를 꺼내 드는 건 '요즘 애들'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의 공통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이 2016년 변경한 로고(오른쪽)와 기존 로고. (출처=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이 2016년 변경한 로고(오른쪽)와 기존 로고. (출처=인스타그램)

"올해는 새로운 2016년"…밈이 된 '그해'의 바이브

최근 북미를 중심으로 틱톡, 인스타그램에는 '2016년'을 직접 호출하는 콘텐츠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 트렌드에서는 '2026 is the new 2016'이라는 문구가 해시태그로 꼭 등장하는데요. 직역하면 '2026년은 새로운 2016년'이라는 뜻이죠.

이 해시태그와 함께 사용되는 건 일명 '오줌 필터'(?)입니다. 마치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켜놓은 것처럼 노란 색감과 흐릿한 화질이 대표적인 특징인데요. 인스타그램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던 필터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에도 색이 바랜 듯한 빈티지한 감성을 줘 인기가 많은 필터 중 하나였죠. 문제는 너무나 유행하다 보니 과거 사진이 모두 이와 유사한 필터로 남아 있다는 것. 이에 온라인 상에서는 '오줌 필터 빼는 법' 등의 제목과 함께 실제와 비슷한 색감으로 과거 사진이나 영상을 보정하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제는 오히려 이 필터를 넣어 사진과 영상을 보정하는 모습입니다. 스냅챗의 강아지 필터도 재등장하거나 '디지털 풍화'를 거쳐 화질 역시 10년 전과 비슷하게 만들고, 게시물의 배경음악으로는 2016년 차트와 페스티벌을 장악했던 EDM 음악이 줄곧 사용되죠. 체인 스모커스(The Chainsmokers),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 등 명곡 파티가 펼쳐지곤 합니다.

패션과 메이크업 역시 당시 유행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장면이 포착되는데요. 투명한 피부와 자연스러운 눈썹, 글로우 립 표현과는 거리가 멉니다. 또렷하게 그린 눈썹과 진한 컨투어링, 매트한 립 메이크업은 물론 초커 목걸이나 크롭 톱 등 2010년대 중반을 상징하던 스타일도 2016년 트렌드의 재미 요소 중 하나죠. 일부 이용자들은 "2016년 튜토리얼"이라는 설명과 함께 당시 메이크업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영상을 올리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수치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됩니다. BBC는 틱톡을 인용해 지난 한 주간 '2016' 검색량이 452% 급증했으며, 앱의 연도 이름을 딴 필터를 사용한 동영상도 5500만 개 이상 생성됐다고 전했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왜 하필 2016년일까?

회귀(?)의 기준점이 2016년으로 모인 데에는 비교적 공통된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2016년은 정치·사회적 갈등이 일상화되기 전으로 기억되는데요. 이후 미국 대통령 선거, 코로나19 팬데믹, 인플레이션, 국제 정세 불안 등이 일상적 요소로 자리하면서 그 이전 시점이 자연스럽게 '마지막 황금기'처럼 호출되는 거죠.

문화적 환경 역시 이 인식에 불을 붙입니다. 2016년은 오프라인 경험과 온라인 유행이 동시에 확산되던 시기로 꼽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 열풍이 대표적입니다. 사람들이 실제 공간에서 나와 같은 콘텐츠를 공유하던 기억이 축적돼 있죠. 음악 차트와 페스티벌에서도 EDM이라는 명확한 유행이 형성되는 등 지금처럼 장르와 취향이 세분화되기 전의 '공통 경험'이 존재했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언급됩니다.

SNS 환경에 대한 인식도 빠지지 않습니다. 알고리즘 추천이 지금만큼 고도화되기 전이었던 당시 플랫폼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구조'라기보다, 유행 자체를 함께 소비하는 공간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많죠. 피로감을 자아내는 인공지능(AI) 슬롭(AI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숏폼) 영상 대신 조금 서툴더라도 창의적이고 재밌는 짧은 영상이 주를 이뤘는데요. SNS 계정이 포트폴리오나 브랜드가 되기 전 친구, 지인과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던 순수한 창구였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도 이 같은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목할 점은 현재 20대 초중반인 Z세대에게 2016년은 초등학생~고등학생 시기의 해인데요. 성인이 돼 취업난과 고물가 등 현실을 직시하기 전 청소년기의 추억이 2016년이라는 특정 시기에 고착화된 것으로도 읽힙니다. 이 때문에 2016년은 기술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복잡해지기 전의 마지막 시기'로 정리되죠.

이 같은 인식은 외신 보도에서도 확인됩니다. 미국 연예 전문 매체 피플은 "새해가 시작되면 보통 미래를 바라보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곤 하지만, 올해는 네티즌들이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며 "2026년 1월 1일 자정이 되자마자 네티즌들은 2026년을 '새로운 2016년'이라고 정의하는 콘텐츠를 게시하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의 상징적인 리우데자네이루 필터를 사용해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공유했다"고 전했는데요. 이어 "이 같은 트렌드는 궁극적으로 향수에 기반하며, 많은 이들이 2016년을 '더 단순한 시기'로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짚었죠.

심리학자인 클레이 루틀리지는 BBC에 "사람은 세상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느낄 때 특히 향수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AI와 AI로 인한 고용 불안감을 지적, "한 세대가 이 같은 변화나 도전적인 요소를 직면할 때 위로와 영감을 위해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1'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1'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레트로 소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정 시기를 하나의 이상향처럼 소환하고, 그 시절의 분위기와 미학을 되살리려는 흐름은 낯설지 않습니다. Y2K 열풍만 보더라도 고개가 끄덕여지죠.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의 패션과 디지털 감성을 다시 꺼내 들며 로우라이즈 팬츠, 벨로어 트레이닝복, 유선 이어폰, 디지털 카메라 등이 트렌드의 중심에 선 바 있습니다.

그보다 앞선 2010년대 중반에는 1980년대 레트로가 대중문화를 관통했습니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기점으로 신스웨이브 음악, 네온 컬러, 아날로그적 우정과 모험 서사가 다시 주목받았죠. 냉전 시대라는 긴장감 속에서도 비교적 단순했던 세계, 그리고 공동체적 감성을 향한 그리움이 문화 전반으로 확산한 겁니다.

이런 현상은 더 거슬러 올라가도 반복되곤 하는데요. 1970년대 미국에서는 베트남전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1950년대를 이상화하는 문화가 유행한 바 있습니다. 시트콤 '해피 데이즈'는 전후 호황기의 단순하고 밝은 이미지를 재현하며 대중적 성공을 거뒀죠. 현재의 불안감을 과거의 황금기로 위로받는 모습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온 셈입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응답하라 1997'를 시작으로 특정 연도를 중심으로 한 향수가 본격화됐고, '무한도전-토토가' 특집도 1990년대 가요계를 하나의 전성기로 다시 묶어내며 큰 화제를 빚었죠. 2021~2022년 싸이월드 복구 열풍 역시 Y2K 감성을 디지털 기록과 함께 소환하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다만 이번 2016년 회귀가 눈에 띄는 지점은 패션이나 음악을 넘어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까지 되돌리려는 시도가 나타난다는 점인데요. 필터 색감, 투박한 영상 편집, 당시 플랫폼 특유의 분위기는 물론 온라인 문화까지 재소환되면서 그리움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2016년은 그렇게 또 하나의 레트로 코드가 돼, 현재의 피드 위로 다시 호출되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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