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투, IMA 자금유치 맞불…발행어음 확산에 투자 경쟁 가속

IMA 1호 출시로 초대형 증권사 자금 유치 경쟁 본격화
발행어음·IMA 확산에 경쟁 축 ‘조달’서 ‘투자처’로 이동
모험자본 확대 정책 속 투자 역량·리스크 관리가 승부처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잇달아 투자매매업자 종합자산관리계좌(IMA) 1호 상품을 출시하면서 초대형 증권사 간 자금 유치 경쟁이 본격화했다. 키움증권을 비롯한 중대형 증권사들도 발행어음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업계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금융위원회가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하면서 IMA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IMA는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원금 지급 의무를 지는 구조로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에만 허용된다.

한국투자증권의 IMA 상품은 2년 만기의 폐쇄형 구조로,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 원이며 1인당 투자 한도에는 제한이 없다. 운용 자산은 기업대출과 회사채, 인수금융 등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금융 자산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미래에셋증권의 IMA는 만기 3년의 폐쇄형 상품으로 총 규모는 1000억 원이다. 기업대출과 인수금융을 비롯해 비상장기업 투자, 벤처캐피털(VC) 등 다양한 기업금융 자산과 모험자본에 분산 투자하는 구조다.

두 증권사는 자금 유치 경쟁과 함께 투자처 확보 경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IMA 1호 상품 출시를 전후로 크래프톤, 네이버와 함께 1조 원 규모의 ‘크래프톤·아시아·미래에셋 유니콘 그로쓰 펀드’를 조성했다. 크래프톤과 네이버가 출자자로 참여하고 미래에셋증권이 운용을 맡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며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한국투자 Goldman Sachs 미국 테크펀드’ 등을 선보였다.

내년에는 NH투자증권도 IMA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19일 업무보고를 통해 금융시스템을 부동산·수도권·대출 중심에서 기업·지역·투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증권사가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진정한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행어음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종투사로 지정된 뒤 16일 ‘키움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17일 열린 제22차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는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종투사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가 심의·의결됐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에 대해서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IMA 사업을 통해 운용·성과보수를 확보하면서 자산관리 수익원을 다변화할 것이며,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업금융 상품을 리테일 채널로 공급함에 따라 기업금융 부문의 고객 및 자산 기반이 확대할 전망"이라며 "키움증권의 경우 발행어음을 활용해 장기 기업대출 외 기타투자자산을 확보하면서 투자은행 부문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기조에 따라 증권사의 위험인수 영업이 본격화하면 개별 증권사의 우량자산 선별 능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에 따른 실적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증권사와 그렇지 못한 증권사 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