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진 한국의 어두운 그림자 ‘산업재해’

입력 2025-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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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코리아스픽스 연구위원/언론학 박사

국제사회에서 나름대로 선진국에 포함된다는 대한민국에 걸맞지 않은 별명이 있다. 바로 ‘산업안전 후진국’이라는 별명이다. 당장 바로 옆에 있는 일본과 비교해보더라도 한국에는 산업 안전 관련 사고들이 유난히 많이 일어난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그렇다.

불과 며칠 전에도 울산에서 큰 사고가 있었다. 한 노후 화력 발전소를 철거하기 위한 작업을 하던 중, 시설이 붕괴하면서 노동자들이 매몰되어 사망하고 중상을 입은 사고다. 사고 책임을 묻기 위해, 당국은 철거작업을 하던 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책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한국 산업 안전의 근본적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입찰제가 무리한 공사 유발해

한국의 산업 안전이 후진적인 것은 몇 가지 통계를 봐도 명확하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노동인구 1만 명에 비례한 사망률)은 0.39‰로 0.29‰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훨씬 웃돈다. 일본(0.12‰), 독일(0.11‰)의 세 배, 영국(0.03‰)에 비하면 무려 13배에 달한다. 건설업으로 가면 그 숫자는 더욱 비극적이다. 건설업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률은 1.59‰로 역시 OECD 평균의 두 배에 이른다. 1990년대 고도성장기 시절, 수많은 산업 재해는 선진적인 안전 관리 체계의 부재로 인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선진국 수준의 산업 안전을 위한 법률과 제도, 그리고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산업 안전 관련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건설 프로젝트 시공을 위해 건설사가 하청 업체를 고용하고, 그 하청 업체가 또다시 다른 인력 업체에 하청을 주는 다중적 하청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사들이 건설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건설사들이 탐욕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입찰 경쟁에서 가장 낮은 비용을 제시하는 업체가 프로젝트를 맡는 ‘최저 입찰제도’ 때문이다.

이런 다중 하청 계약은 안정적인 안전 관리 감독을 어렵게 하며, 안전 문제에 취약한 이주 노동자, 고령의 노동자들을 현장에 투입하게 만든다. 게다가,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시행사가 책임을 지지 않고, 시공사가 산업 재해의 책임을 끌어안는 현행 구조는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건설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잘못된 관행을 고착시켰다.

징벌적 대책보다 사전예방이 효과적

이런 구조에 대한 고찰이 부족한 채, 지난 8월 산업재해를 일으킨 건설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산업안전 보건법 개정안’이 입법되었다.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인 안홍섭 군산대 명예교수를 비롯하여 산업 안전 전문가들은 징벌적 사후 제도를 통해서는 산업 안전을 선진화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조치로는 산업 안전 기술이나 제도 면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건설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만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칼럼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했듯이, 인간의 생명과 안전에 관해서는 사후 대처가 아닌 사전 예방을 최우선으로 모색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한번 잃고 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숙한 산업 안전 대책이 하루 빨리 개선되길 희망하며, 다시 한번 울산 참사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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