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실용 외교' 성과… 기업 'AI·반도체 동맹' 확대 [APEC 순간들]

입력 2025-11-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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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자문위원 진단
한국 주도로 다자회의 성공 개최
미·중 균형 잡힌 외교 높이 평가
AI·기후·공급망 협력 이끌어내
엔비디아 등 기업 협업도 잇따라

(연합뉴스)
(연합뉴스)

경주에서 막을 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분열의 시대 속에서도 균형과 대화를 복원하려는 실험의 장이었다. 미·중 긴장 구도 속에서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공지능(AI)·기후·공급망 등 경제협력 의제를 복원한 것은 적잖은 의미를 남겼다는 평가다.

2일 본지 자문위원들은 이번 APEC을 두고 “이재명 정부의 다자외교 실험이 현실적 성과를 거둔 무대”라고 입을 모았다. 설주완 변호사는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국내 개최 다자회의를 큰 논란 없이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안정감을 보여줬다”며 “핵추진 잠수함 문제에서 미국의 양해를 얻은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트럼프 2기 첫 다자무대라는 상징성 속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외교 무대를 관리했다”며 “경주선언 채택 자체가 다자외교 복원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일변도 외교는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며 “이재명 정부가 미·중을 동시에 포용하는 균형외교를 명확히 선언한 점이 높이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APEC의 종합적인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개최 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불식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외교적 측면에서는 통합적 형태보다 개별적 형태로 진행됐지만 주최국으로서 챙길 것은 다 챙겼다”며 “다른 국가들끼리만 만나고 우리가 소외된 것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주도적으로 만남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APEC은 다자무역의 상징인 세계무역기구(WTO) 문구가 정상선언문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급하게 인수인계를 받아 준비한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만, 다자외교의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기술갈등, 에너지 전환 등 복합 과제들이 한국 외교의 시험대”라며 “이번 APEC이 이재명 정부 외교정책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 참석한 뒤 함께 걸어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에 참석한 뒤 함께 걸어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과의 실질적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도 남았다. 설 변호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결과물이 적었다”며 “중국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려는 구상도 아직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安美經中)’으로 요약되던 외교전략이 희미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APEC은 외교무대일 뿐 아니라 기술·산업 경쟁의 전장이기도 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은 AI와 반도체가 외교의 언어로 부상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석좌연구위원(전 반도체공학회장)은 “AI 반도체는 이번 APEC의 숨은 주인공이었다”며 “젠슨 황의 방한은 AI 시대의 연료가 반도체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 칩을 구동시키는 핵심은 결국 메모리 반도체이며, HBM 분야에서 한국은 중심국가로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 위원은 “미국이 중급형 AI 칩의 중국 판매를 암묵적으로 허용한 것은 두 국가 간 균형의 신호”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의 ‘중간 허브’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또 “희토류를 앞세운 중국의 공급망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완제품을 주도하는 한국의 산업적 존재감이 부각됐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접견에 앞서 국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접견에 앞서 국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 역시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꼽혔다. 이 위원은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자동차·로봇·산업제조 등 전방산업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며 “AI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은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시스템 파트너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세밀한 반도체 외교와 기업 중심의 연구개발(R&D) 지원을, 기업은 해왔던 대로 품질·기술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양자가 맞물릴 때 AI 반도체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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