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보험사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마쳤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미 지급한 보험급여에 대한 구상권은 별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건보공단이 A 보험사에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양측의 법적 다툼은 2017년 12월 시작됐다. 당시 태국 치앙마이에서 국내 여행사와 계약한 여행객들이 버스 전복 사고로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귀국 후 건보공단에서 지정한 요양기관에서 치료받았다. 건보공단은 피해자들에게 3900만 원가량의 보험급여를 지급했다.
2018년 여행사가 가입한 A 보험사는 피해자들에게 책임보험 보상 한도인 3억 원을 지급했다. 이후 건보공단은 지급한 보험급여에 대해 A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이 피해자들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대위(제3자가 다른 사람의 법률적 지위를 대신해 그가 가진 권리를 얻거나 행사)해 행사하는 손해배상채권에서 보험사가 이미 피해자들에게 준 보험금을 공제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했어도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에서 이를 공제할 수 없고 이에 따라 건보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한도액까지 보험금을 적법하게 지급했으므로 공단의 구상권은 소멸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명목으로 보험금을 지급했으니 이 돈이 공제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공단의 보험급여 이후 가해자 또는 그 보험자가 손해배상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을 공제할 수는 없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해 건보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했다.
다만 “건보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해 얻는 손해배상채권은 피해자의 전체 손해배상채권 중 건강보험 보험급여와 동일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으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보험급여와 성격이 같은 치료비 등에 대해서는 공단의 구상권이 인정되나 치료비와 상관없는 위자료, 휴업손해 등에 대해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