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재판 파기환송 둘러싼 정치갈등
6만쪽 기록 검토 논란…전산로그 공개 요구 확산
대법관 증원 예산 1조4600억 산출근거도 쟁점

추석 연휴 직후 이뤄질 예정인 대법원 현장감사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헌정사상 입법부가 사법부 최고기관을 직접 현장검증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재판 파기환송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민주당은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의 이례성, 9일 만의 신속한 심리와 선고, 대법원 판례 역주행, 파기자판 수준의 단정적 표현, 낙선자 대상 '6·3·3 원칙' 적용 등 5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항소심 무죄 판결 9일 만의 전원합의체 회부가 이례적이라는 것이 범여권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항소심 무죄 판결 불과 9일 만에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하고, 이틀 심의 끝에 파기환송을 선고한 것은 과거 관례와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원합의체 사건은 수개월간 검토 기간을 거치는 것이 관례였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6~7만 페이지 기록을 4일 만에 보고 의견을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법관별 전자문서 열람 기록 공개를 요구했다. 현재까지 100만명 이상이 대법관들의 전자문서 열람 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전자문서의 열람자, 열람 범위, 열람 시간 등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법원은 상고심의 본질상 전체 기록 검토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은 상고 이유를 판단하는 곳으로, 판단에 필요한 기록은 당연히 본다"며 "전자 기록 접속 여부를 따지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검찰로부터 300여 쪽 상고 이유서, 이재명 대통령 측으로부터 26쪽과 46쪽 답변서 두 건을 받았다.
대법관 4명 증원에 1조4600억 원이 소요된다는 예산 산출도 논란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법원 청사 신축, 재판연구관 충원, 행정직원 확충 등 세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법관 14명(대법원장 포함)을 18명으로 늘리려는 사법부 요구에 민주당 내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대법관 10명의 영향력 확대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대법원 현장검증을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입장이다. 곽규택 의원은 "난데없이 4인 회동설을 제기했다가 근거를 대지 못하니 현장에서 대법원을 압박하려 한다"며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법부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송석준 의원도 "대법원 현장 국감이 겁박하고 무시하고 호통치려고 가는 건지 소명해달라"며 "사법부 독립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적 중립을 잃은 사법부에 대한 정당한 견제라고 맞서고 있다. 추미애 위원장은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을 잃고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면 국정감사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법원조직법 제65조(합의의 비공개)를 근거로 전산로그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들이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방법은 다양하며, 사본 로그 기록 공개는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라며 "대법관들의 합의 과정을 공개하는 것 역시 현행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헌법학계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진보 성향 헌법학자들은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검증 차원에서 최소한의 정보 공개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수 성향 학자들은 "사법부 독립의 핵심인 심리과정의 비공개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