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자사주 소각, 주주 자본주의 첫걸음

입력 2025-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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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발의된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이 자본시장 개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법안은 주주 가치 제고를 외치는 개인 투자자들의 오랜 염원에 부응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 약화를 우려하는 재계의 반발에 부딪히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간단하다. 회사가 매입한 자사주를 특정 기간 내에 반드시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간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경영권 승계 등에 활용해 ‘꼼수’ 논란을 빚어왔던 불투명한 관행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총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당 가치가 높아지며,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공법이다.

개정안에 대한 논란은 결국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경영 자율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가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져 주주보다 지배주주의 이익에 편중돼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 증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을 기록하는 만성적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기업들이 주주 가치보다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집중해온 관행이 지목된다.

자사주 의무 소각은 이러한 병폐를 바로잡는 가장 확실한 처방이다. 기업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이를 인적분할 시 활용해 지주회사가 가진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받아 지배력을 강화하는 ‘자사주의 마법’은 이제 더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자사주 취득과 처분이 내부자 거래와 결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실제 최근 한 보험회사 임원이 자사주 소각 공시 전후 단기매매로 시세차익을 냈다가 전액 환수된 바도 있다.

이 법안은 기업의 책임 있는 주주 환원을 제도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 가치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주주 친화 관행이며, 한국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할 때다.

재계는 자사주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한국 상법상 ‘포이즌 필’ 같은 강력한 방어 수단이 부재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주장은 결국 지배주주의 비용이 아니라 배당가능이익을 바탕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이용해 주주 전체의 이익보다 현 경영진의 기득권 유지를 우선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경영권 방어는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통해 주가를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늘어나는 주당 가치 자체가 강력한 적대적 M&A 방어 수단이 된다. 주가가 오르면 M&A에 필요한 비용도 자연스레 증가한다. 또한, 자사주의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면 소각 후 재매입 등 투명한 절차를 거치거나,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번 논쟁은 한국 자본시장이 주주 중심 경영으로 나아갈 것인지, 과거의 불투명한 관행에 머물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자사주 활용을 기업의 자율에 맡겨온 결과는 저평가된 주식시장으로 돌아왔다. 자사주 의무 소각은 주주 자본주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다. 기업은 경영권 방어 논리를 내세우기 전에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경영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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