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선택과 집중·Winning R&D·수익체질 개선 재확인
구성원 안전 당부…미국 구금 사태 대응과 연결

글로벌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LG가 그룹 생존을 걸고 인공지능(AI) 전환 속도전에 나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4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경쟁사들이 자본과 인력을 몇 배나 더 투입하고 있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 변화와 신속한 실행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25일 LG에 따르면 전날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회의에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 CEO와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AI를 활용한 생산성 제고와 원가 경쟁력 확보가 그룹 생존 조건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특히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는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닌, 사업 전반을 AI 기반으로 재편하는 전략이다. 시장을 선점한 기업만이 데이터·인력·자본을 흡수할 수 있고, 후발 주자는 회복하기 힘든 격차에 직면한다는 점에서 속도전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구 회장은 “사업의 선택과 집중, 위닝(Winning) 연구개발(R&D), 구조적 수익체질 개선 등 세 가지 축을 꾸준히 논의해왔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어 “중국 경쟁사들이 몇 배의 자원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안일한 대응은 곧 뒤처짐을 의미한다”며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 없이는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발언은 취임 이후 꾸준히 강조해온 화두지만, 이번에는 구체적 경쟁 위협과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을 직접 거론하며 위기감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실제로 LG는 최근 몇 년간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불안, 중국발 저가 경쟁,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이 겹치며 여러 차례 뼈아픈 위기를 겪어왔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BOE의 저가 공세에 밀려 대형 LCD 사업을 접어야 했고, LG전자도 중국 가전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생활가전 부문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원재료 확보난과 가격 압박을 동시에 경험했다.
사장단 회의는 ‘실행력’에 방점이 찍혔다. 참석자들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지금이야말로 실행 속도가 관건”이라며 목표를 명확히 하고 조직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구 회장이 말한 AX 가속화는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LG식 해법이자,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되는 그의 경영철학이 한 단계 더 구체화된 전략으로 평가된다.
한편, 구 회장은 경영 전략 외에도 구성원 안전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회사는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며 “최고경영진이 구성원들의 안전을 세심히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임직원 구금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사건 직후 구 회장이 주요 경영진과 실시간 소통하며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지시한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 메시지는 단순한 안전관리 차원을 넘어 글로벌 사업 확장에서 인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