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만 1조6000억 원 증발…3분기부터 온기 반영
美 시장 점유율 흔들…판매 차질 불가피

일본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15% 관세 혜택을 받는 반면, 한국산 자동차에는 여전히 25% 고율 관세가 유지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손익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합산 6조 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6일(현지시간)부터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15%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일본 업체들은 기존 27.5%(기본 2.5%+품목 25%)에서 15%로 세율이 낮아지며 가격 경쟁력을 되찾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자동차업체 7개사가 관세 인하 적용 지연으로 하루 약 30억 엔(약 281억6500만 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았다고 전했다. 일본 업체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과거 2.5%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세율이라며 미국 외 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은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과 마진 개선 효과를 누리게 됐지만, 한국은 협상 지연으로 여전히 25%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증권가는 현대차의 월간 관세 비용을 약 4260억 원, 기아는 3370억 원으로 추산했다. 실적 충격은 이미 2분기부터 나타났다. 현대차는 8282억 원, 기아는 7860억 원의 관세 비용을 반영하며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당시에는 관세 부과가 4월부터 시작돼 두 달치만 반영된 결과였다.
3분기부터는 25% 고율 관세가 온기 반영되면서 두 회사 합산 최소 2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발생할 관세 비용만 합산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25% 관세가 지속되면 현대차·기아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1.8%포인트(p)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에게 일본과 같은 형태로 대미 투자 펀드 3500억달러(약 480조 원) 투자를 압박 중으로 당장 9월 말에 관련된 협정이 원만히 체결이 되어도 연 내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판매 차질도 우려된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 규모는 각각 143만 대, 85만 대였다. 이 가운데 현대차 약 63만 대, 기아 약 49만 대가 관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일본과 유럽 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판매량 감소와 매출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관세 인하로 마진과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지만 한국은 협상 지연으로 손실을 더 오래 짊어질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인센티브 축소와 원가 절감으로 대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본이 먼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 것과 관련해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의 과정이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합리적 협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도 “어떤 방식이 우리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이르면 16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