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건설의 현금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한 업황 속에서도 순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하는 등 선방한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18일 두산건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올해 상반기 868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1%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536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고 당기순이익은 357억 원으로 7.2% 증가했다.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며 수익성이 확대됐다는 게 두산건설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금흐름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6월 말 기준 두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55억 원이다. 작년 말 2188억 원에서 733억 원(33.5%) 줄었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상반기 4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183억 원을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순이익을 내고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한 것은 운전자본 변동 탓이다. 두산건설의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변동은 -159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유출 폭이 887억 원 커졌다. 공사비를 청구했으나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협력업체에 대한 지급이 늘어난 게 배경일 수 있다.
매출채권증가를 보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두산건설의 매출채권은 지난해 말 1524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435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채권은 영업활동을 하면서 발생한 신용채권으로 외상 매출과 받을 어음 등이 포함된다. 장부에는 매출로 집히지만 현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금고가 채워지지 않는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정상적인 외상거래로 볼 수 있으나 장기화하면 부실채권이 되고 유동성 위험을 키운다.
매출 확대나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증가했다는 자체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경기 악화 속에서는 회수가 지연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매출채권이 증가는 단순히 수치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규모보다는 회수 기간이 중요하다"며 "6개월 이내, 길어도 1년 미만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고 그 이상이면 악성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두산건설 반기보고서에 있는 경과기관별 매출채권 잔액 현황(충당금 차감 전)을 보면 1년을 초과한 비중이 약 70%다. 그중 3년을 초과한 게 67% 이상이다.
작년 말 3207억 원이던 미청구공사는 올해 상반기 말 1469억 원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다. 사업장별로는 송림3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438억 원)과 원동남산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407억 원)의 비중이 크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를 진행하고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이다. 발주처가 공정을 완료했다고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 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잠재부실로 평가한다.

두산건설의 현금 감소는 투자활동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투자활동현금은 -513억 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3919억 원으로 올해 들어 증가했으나 이익잉여금은 -4526억 원으로 여전히 결손금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결손금은 과거 손실이 누적돼 장부에 남아 있는 적자로 흑자를 내도 과거 빚을 상쇄하지 못하면 재무건전성 개선이 제한적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현금 감소와 영업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전환, 매출채권 증가 등은 다수 사업장 준공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고 정상적 입주로 해소될 것"이라며 "상반기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에 집중했다면 하반기는 수익성과 외형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