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주택, 시공능력평가 200위 밖으로 밀려난 이유는? [숫자로 보는 건설사①]

입력 2025-09-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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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순위 1년 새 99단계 추락…주택 분양 부진 직격탄

건설사의 움직임에는 늘 숫자가 함께합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와 청약 경쟁률, 분양 실적, 재무제표에 담긴 수치들까지 각각의 숫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고 있습니다. 때로는 장밋빛처럼 보이는 수치 뒤에 위험이 숨어 있고 작은 변화가 큰 변곡점이 되기도 합니다. ‘숫자로 보는 건설사’는 이렇게 드러난 지표의 의미를 헤아리고 건설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짚어봅니다.

▲부영그룹 본사 사옥. (사진제공=부영그룹)
▲부영그룹 본사 사옥. (사진제공=부영그룹)

부영주택이 최근 시공능력평가에서 극심한 순위 하락을 기록하며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1년 만에 무려 99위가 하락한 224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부영주택의 대표이사이자 부영그룹 회장인 이중근 회장은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9일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2025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결과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시공능력평가액 1064억 원으로 224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5위에서 99계단 하락한 것으로, 2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사실상 중견 건설사 지위마저 위태로워졌다.

부영주택의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5년부터 3년간 12위를 유지하며 상위권 순위를 유지했던 부영주택은 2018년 주택경기 악화로 26위로 밀려났다. 이후 2019년 15위로 반짝 상승했다가 2020년 41위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최근 5년간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2021년 27위에서 △2022년 35위 △2023년 93위 △2024년 125위로 큰 폭으로 시평순위가 하락했다.

시공능력평가액의 감소 폭 또한 도드라진다. 2021년 1조4930억 원을 기록했던 시공능력평가액은 △2022년 1조4222억 원 △2023년 3163억 원 △2024년 2188억 원을 기록한 뒤 올해 1064억 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4년 사이 평가액이 92.9%나 급감한 것이다.

올해 항목별 평가액 중에서도 경영평가액 부분이 눈에 띄게 심각한 상황이다. 2022년 9629억 원이던 경영평가액은 3년 연속 '0원'으로 기록됐다. 경영평가액은 회사 재무건전성과 경영 안정성을 수치화한 지표로, 경영평가액이 높을수록 건설사가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지난해 영업손실 1315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기준 109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이후 4년 동안 줄곧 마이너스다.

업계에서는 부영주택의 시공능력평가 추락이 주수입원인 주택 부문 매출 급락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분양시장 침체와 미분양 증가, 그리고 그룹 차원의 해외 사업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임대주택 사업에 집중해왔던 부영주택이 일반 분양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매출 기반이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 미달과 미분양 사례가 늘어나면서 신규 수익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청약을 진행한 '광주첨단2지구 사랑으로부영 분양전환 후 잔여세대'의 경우 60㎡ 평형 135가구가 공급됐지만, 1·2순위 청약 접수에서 총 47건이 접수되는 데 그쳤다. '평택청북 사랑으로부영 2차 아파트 우선분양 전환 후 잔여세대'의 경우 59㎡ 평형 39가구가 공급됐으나, 1·2순위 청약 접수에서 65건이 접수됐다.

부영의 아파트는 부실시공 및 하자 문제로도 곤욕을 치러왔다. 부영은 지난해 부산 신항만 부영아파트를 부실하게 시공해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결로방지용 단열재 설계시공 미흡', '코어벽체 추철근 시공미흡' 등이 문제가 됐다.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는 부실시공 민원이 제기된 부영주택의 아파트 공사현장을 특별점검, 안전점검 의무 위반 및 부실시공 문제를 확인해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중근 회장이 2023년 경영 일선 복귀 이후에도 실적과 시공능력평가가 뒷걸음질 치고 있어 과감한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은 외국인 장학금 지급, 직원 출산장려금 지급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꾸준히 집중하고 있어 회사의 어려운 상황과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영그룹 우정교육문화재단은 지난달 말 32개국 외국인 유학생 100명에게 장학금 약 4억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해당 재단은 이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것으로, 이날 기부를 포함해 누적 108억 원이 넘는 장학금이 유학생 2700여 명에게 지급됐다.

또 지난해 2월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태어난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자녀당 현금 1억 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출산 장려책을 발표했다. 1억 원을 출산 장려금으로 지급한 사례는 기업으로선 최초 사례였다. 올해 초까지 부영이 지급한 출산장려금은 누적 98억 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한 경영 전문가는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제도 등은 분명 의미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지만, 그룹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우선순위가 맞는지 의문”이라며 “연속 적자와 시공능력평가 추락 등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회장이 유죄 판결 이후 사회공헌 활동에 더욱 힘쓰는 것 같아 보인다”며 “출산장려금이나 사회공헌 활동이 그룹의 이미지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경영 문제를 가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영 관계자는 “시평순위 하락 등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부영은 자체 시행, 시공을 하기 때문”이라며 “향후 사업을 많이 하게 되면 자연스레 분양 수입도 올라가고 시평 순위도 올라가는 등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부동산 건설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 회장의 경영 철학 자체도 빠르지 않아도 차근차근 경영해 나가는 걸 추구한다. 경기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업 계획을 세워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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