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묶는 중대재해 규제, 중소·하도급 부메랑 되나

입력 2025-08-19 18:2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대출·보증·투자 전방위 패널티
은행권 “심사 자의성·공정성 우려”
전문가 “협력사 타격·고용 축소 위험”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관련 금융부문 대응 간담회'를 열고 은행·금투업권, 금감원·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중대재해에 대한 금융부문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관련 금융부문 대응 간담회'를 열고 은행·금투업권, 금감원·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중대재해에 대한 금융부문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보증·투자 전반에 걸친 제재 방안을 추진하면서 산업계와 금융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취지는 안전투자를 유도하는 것이지만,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하도급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경우 연쇄 도산으로 이어져 결국 금융권 부실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을 빌미로 한 제재가 자칫 금융시스템 불안이라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주도로 열린 ‘중대재해 금융부문 대응 간담회’에서 나온 방안은 금융권 여신, 정책금융, 자본시장 평가까지 ‘돈줄’을 활용해 기업에 안전투자를 압박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 시 중대재해 리스크가 금리·한도에 반영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이나 정책자금에서도 안전평가 결과가 반영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와 기관투자자 투자 기준에도 중대재해 항목이 포함되면 사실상 기업 신용도에 직결된다. 당국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이다.

금융권 여신 부문에서는 △신규 대출 시 금리·한도 등에 중대재해 관련 리스크 반영 △기존 대출 약정 시 한도 축소·인출 제한 사유 적용 △만기 연장 시 금리·한도 조정 등이 검토된다. 정책금융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PF 보증 심사 시 안전도 평가를 반영하고, 시장안정 프로그램 지원 순위·금리·수수료에 패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반대로 안전 인증이나 높은 평가 등급을 받은 기업에는 금리·한도 우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인책도 함께 쓴다.

자본시장에서는 중대재해 리스크를 적시에 공시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ESG 평가 항목과 기관투자자의 투자 심사 요소에 반영한다. 거래소는 ESG 주가지수 개선·홍보를 통해 안전관리에 충실한 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권은 제도의 현실 적용 과정에서 난관이 적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중대재해 발생 여부를 어떻게 정량적으로 반영할지가 모호하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 역시 금융 지원을 막는 방식은 산업 전반에 연쇄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업과 제조업은 하청뿐 아니라 하청의 하청 구조까지 있다”며 “먼저 산업을 안정적으로 만든 뒤 제도를 보완해야 하는데 무작정 금융 지원이나 대출을 차단하면 단일 사고로 여러 기업이 연쇄적으로 쓰러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기업들이 위축돼 기계화로 전환하고 결국 고용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제도의 무게추가 ‘사후 처벌’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역시 “법의 목적이 재해 예방에 있는 만큼 이에 부합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번 방안은) 처벌 중심”이라면서 “재해를 줄이는 방향의 금융 지원까지 막는 것은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4,999,000
    • -1.95%
    • 이더리움
    • 4,626,000
    • -1.89%
    • 비트코인 캐시
    • 862,000
    • +0.23%
    • 리플
    • 3,074
    • -3.09%
    • 솔라나
    • 202,600
    • -4.25%
    • 에이다
    • 635
    • -3.93%
    • 트론
    • 423
    • +0.71%
    • 스텔라루멘
    • 371
    • -0.8%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670
    • -1.82%
    • 체인링크
    • 20,630
    • -3.37%
    • 샌드박스
    • 216
    • -4.4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