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홍원 "메모리는 중국이 끝까지 추격…디스플레이 전철 밟을 수도" [중국 반도체 굴기 2026 上]

입력 2026-07-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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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7-05 19: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메모리, 국가 자본으로 추격 가능한 표준 제품
中 LCD·OLED 전략 메모리서도 반복할 것
AI 시대 승부는 생태계…고객·공급망 협력이 경쟁력

AI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호황의 이면에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과거 성숙 공정과 범용 제품에 머물렀던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과 대규모 투자, 인재 확보를 바탕으로 메모리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일부 영역에서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한국 기업을 위협할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AI 특수가 언젠가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떤 경쟁 환경과 마주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지금의 호황이 끝난 이후에도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린홍원 대만 경제지 '금주간(今週刊)' 고문이 최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추격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과제를 진단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린홍원 대만 경제지 '금주간(今週刊)' 고문이 최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추격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과제를 진단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메모리 반도체 분야만큼은 중국이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올 것입니다.

대만의 경제지인 ‘금주간(今週刊)’에서 30년 넘게 TSMC를 취재해 온 린홍원 고문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추격을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메모리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로 격차를 좁히기 쉬운 분야인 만큼 중국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린 고문은 “미국의 제재 이후 중국은 스스로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폐쇄된 환경에서 기술을 어디까지 끌어올렸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린 고문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근본적으로 다른 산업으로 봤다. 파운드리는 고객마다 설계와 사양이 다른 주문 제작 산업이지만 메모리는 범용 규격이 정해진 표준 제품이라는 것이다. 제조 공정이 상대적으로 규격화돼 있어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경우 추격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메모리 시장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메모리를 정보통신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규정하며 “우리는 이미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를 장악한 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는 과정을 경험했다”며 “당시의 물량 공세와 내재화 전략이 메모리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중국이 첨단 반도체 분야 전반에서 미국 주도의 생태계를 단기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핵심 장비와 기술 노하우 접근이 제한돼 있어 첨단 반도체 생태계의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린홍원 대만 경제지 '금주간(今週刊)' 고문이 최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추격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과제를 진단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린홍원 대만 경제지 '금주간(今週刊)' 고문이 최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추격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과제를 진단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강점과 과제를 함께 짚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선 배경으로는 꾸준한 연구개발(R&D)을 꼽았다. 그는 “SK하이닉스는 10년 넘게 HBM 연구개발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삼성은 중간에 연구를 멈춘 시기가 있었다”며 “당장의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한 우물을 판 집념이 결국 오늘날 HBM 경쟁력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삼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삼성을 ‘두려운(Formidable) 경쟁자’라고 언급했다”며 “삼성이 가진 제조 역량과 자본력은 지금도 쉽게 볼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린 고문은 지금의 TSMC도 한때는 삼성의 벽을 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TSMC가 현재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과거에는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을 삼성전자가 생산했고 모리스 창 창업자 역시 D램 사업에서 삼성과 경쟁하다 실패를 경험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지금의 삼성에는 그때의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삼성 엔지니어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집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모습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대만 장비 협력사들 사이에서 나온다”며 “조직이 비대해지고 관료화될수록 현장의 속도와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린 고문은 앞으로 반도체 경쟁은 개별 기업이 아닌 생태계 경쟁으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TSMC는 국적을 따지지 않고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공급업체와 협력한다”며 “반도체 산업은 더 이상 기술만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다. 고객과 공급망, 장비업체, 소재업체가 얼마나 빠르게 협력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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