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석 확보로 24시간 후 강제 종결 가능
"대법원 판례 명문화" 재계 우려 일축 나서
6개월 유예기간 두고 현장 혼란 최소화 방침

더불어민주당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비롯해 상법 개정안과 방송3법 등 쟁점 법안을 상정하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시도에도 24시간 내 표결 처리를 강행할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됐던 민생·노동 분야 입법을 다시 추진하면서, 입법 주도권을 회복하고 정치적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민주당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4일) 본회의에서 그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들을 상정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할 것으로 예상돼 5일 오후 3시경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첫 번째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 입장에서 노란봉투법은 반기업 입법이 아니라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하는 상생협력법이자, 산재로 노동자들이 많이 죽어나가는데 이를 막는 산재예방법이며, 노사 간 대화를 촉진하는 노사대화촉진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노란봉투법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법안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허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노조법 2조, 3조가 상정된 게 2020년이고, 그 전 20여년간 관련 요구사항이 계속됐다"며 "사실상의 사용자임에도 책임은 지지 않는 현행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원청과 대화조차 할 수 없었던 현장에서 대화를 촉진하는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의원은 "지난주 현대제철·한화오션 판결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법원이 현행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를 적극 해석해 실질적 지배력설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은 새 입법이라기보다 법원이 도출한 해석을 명문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재계가 우려하는 '교섭 남발'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의원은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받기 위한 요건이 간단하지 않다"며 "모든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는 법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에 한해서만 교섭권이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노동법 개정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홍배 법제사법위원은 "이번 개정은 ILO 권고와 EU 등 주요 통상 파트너의 국제적 요구, 국내 대법원 판례 등을 폭넓게 반영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입법"이라며 "경총이 대구에서 노조법 공포를 조장하며 보수언론과 함께 여론전을 벌였다는 합리적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미국은 1980년대부터 도급업체에 대해 공동사용자 의무를 원청에 부과했고, 유럽도 올해 플랫폼 기업에 사용자 의무를 부과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며 "파업천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손해배상 관련 조항에서는 재계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용우 의원은 "재계가 가장 문제 제기했던 손배책임 개별화 조항을 삭제하고, 대신 2023년 현대차 대법원 판례 문구를 그대로 법안에 담았다"며 "현상유지 법안이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재계 입장이 수용됐다"고 설명했다.
대신 손배청구권 남용금지 조항과 감면청구 조항을 신설해 균형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또한 법 시행을 6개월 유예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상법개정안과 방송3법도 8월 임시회에서 연속 처리할 방침이다. 상법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으로, 공포 즉시 시행돼 기업 지배구조에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감사위원 선·해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도 사내·독립이사 구분 없이 모든 감사위원에 확대 적용된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KBS 이사는 현행 11명에서 15명으로, MBC와 EBS는 각각 9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는 반면, 국회 추천 비율은 현행 100%에서 40%로 대폭 축소된다. 나머지 60%는 시청자위원회, 방송 종사자 단체, 학회, 법조계 등이 추천권을 나눠 갖게 돼 방송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이달 연속으로 임시회를 열고 입법을 완수할 방침이다. 김현정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저항할 경우 처리 일정에 대해 "7월 임시회 종료 후 8월 21일, 25일 주간 등 연속해서 임시회를 열어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167석에 조국혁신당 12석, 진보당 4석을 합쳐 총 183석을 확보,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을 넘어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107석으로 24시간 지연 외에는 법안 통과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각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경우 '살라미 전술'로 대응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임시국회를 연속 소집해 회기를 쪼개는 방식으로, 필리버스터가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종결되는 점을 활용한 전략이다. 재적의원 과반인 150석만으로도 실행 가능해 민주당이 단독으로도 추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