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솔루션사업부 및 CTO 산하로 쪼개

LG이노텍이 자율주행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온 라이다(LiDAR) 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 1년 만에 폐지했다. 전기차 수요 정체와 수익성 악화 속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 사업보다는 당장의 실적 회복이 시급하다는 현실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LG이노텍은 4일 자로 최고경영자(CEO) 직속 ‘라이다 사업담당’을 없애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라이다 전담 조직의 기능은 광학솔루션사업부와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으로 각각 흡수된다. 차량CM사업담당 산하에 신설된 ‘라이다 사업 태스크’는 고객 대응과 하드웨어 기술 개발을 맡고, CTO 산하 ‘복합센싱 모듈 태스크’는 소프트웨어 연구 및 시스템 기획을 전담한다.
라이다는 적외선 광선을 물체에 쏜 후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대상의 입체감을 감지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센싱 부품이다. 특히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이 중요해지면서 첨단 라이다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까지 라이다 관련 특허 300여 건을 확보하고, 악천후 속에서도 탐지 성능을 3배 향상시킨 고성능 제품을 선보이는 등 역량을 키워왔다. 2030년까지 라이다를 포함한 차량 센싱 솔루션 매출 2조 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첫 단추는 지난해 6월 진행한 조직개편이었다. LG이노텍은 기존 광학솔루션사업부 및 CTO에 흩어져있던 라이다 개발 및 사업조직들을 라이다 사업담당 산하로 통합시켰다. 당시 이러한 결정에는 라이다 사업을 직접 챙기고, 역량을 집결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문 대표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라이다 사업에서 유의미한 수익 창출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전담 조직을 다시 해체·분산하며 본격적인 사업화 시점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LG이노텍은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5% 급감했다. 전 분기(1251억 원)와 비교해도 90.9%나 줄었다. 1분기 역시 전년보다 28.9% 감소했다. 여기에 환율 불안과 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경영환경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광학솔루션사업과 인공지능(AI) 수요가 견인하는 반도체 기판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광학솔루션사업은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며, 하반기 ‘아이폰17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반도체 기판 부문에선 RF-SiP(무선 주파수 시스템 패키지) 중심의 안정적 매출과 함께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제품으로 AI·서버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물론 LG이노텍이 라이다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다. 지난달 LG이노텍은 미국 자율주행 기술기업 아에바(Aeva)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초장거리 주파수 변조 연속파(FMCW) 방식의 고정형 라이다를 공급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자율주행차, 로봇 등에 적용할 공동개발도 추진 중이다. LG이노텍은 아에바 지분 약 6%도 인수했다.
한편, 이번 라이다 사업 전담 조직 폐지에 대해 LG이노텍 관계자는 “라이다 사업이 본격화되고 차량용 라이다 생산이 가시화가 예상되면서 시너지 제고를 위해 관련 기능을 광학솔루션사업부 차량CM사업담당 산하로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로보틱스와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센서용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