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투자 이끌어내는 특허 전략

입력 2025-07-3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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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최근 한국지식재산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가지식재산위원회와 특허청 의뢰로 공동 수행한 ‘초기 창업기업 자금조달과 특허·상표의 중요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1999년부터 2025년까지 약 2600개의 국내 스타트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허·상표 출원 활동과 자금 조달 및 투자 회수 성과 간의 관계를 계량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나 상표를 보유한 스타트업은 미출원 기업에 비해 투자 유치 가능성이 최대 6.3배 높고, 특허와 상표를 모두 보유한 경우에는 9.0배까지 높았다. 특히 투자 단계가 후기로 갈수록 이 수치가 최대 17.1배까지 상승했다.

이 연구는 특허와 상표의 출원 활동이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가능성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하지만, 이를 단정적인 인과 관계로 해석하는 데에는 유의가 필요하다. 벤처 투자 결정은 창업자의 역량,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성, 기술 경쟁력, 재무 구조, 시장 분석, 경쟁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특허 출원 및 등록 건수가 많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벤처 투자로 곧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오히려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일수록 초기부터 기술과 브랜드에 대한 전략적 준비가 잘 되어 있었고, 그 결과로 지식재산(IP) 관리 역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석하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즉, 지식재산권 활동은 투자 성공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공통적으로 갖추는 준비된 결과물이며, IP는 그러한 기업의 시장 대응력과 전략적 태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로 작용한다.

더불어 특허와 상표는 해당 기업이 기술 리스크를 어떻게 인식하고 관리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예컨대, 경쟁사 대비 기술적 우위를 확보했는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비하고 있는지, 후발 업체의 진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방어 전략이 있는지, 향후 글로벌 확장을 고려한 IP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지 등을 보여주는 간접적이고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투자금 회수 확률도 평균 2.7배, 출원 건수가 많은 기업의 경우 최대 5.9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미국에 비해 연구개발(M&A)을 통한 투자금 회수는 상대적으로 적고, 기업공개(IPO) 상장에 집중되는 구조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을 고려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외부 전문기관의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보유 IP는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성을 입증하는 근거 중 하나가 된다.

한국 스타트업의 생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창업 1년 차 폐업률은 35.2%로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고, 5년 차에도 66.2%가 폐업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창업 초기부터 IP를 사업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에서처럼 특허는 단순히 기술을 보호하는 도구가 아니라, 투자 유치와 회수를 이끌어내는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술 중심 창업을 준비하는 창업자와 투자자는 특허 전략을 부차적인 요소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언어이며, 미래를 설계하는 증거다. 고은주 삼성벤처투자 투자심사역·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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