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별도 부과 시 ‘간접 비용·공급망 부담’ 현실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상호관세가 별도로 부과되면 기존의 고율 자동차 관세(25%)와 맞물려 간접비용 증가와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가장 민감하게 여긴 자동차 관세율도 기존 25%의 절반인 12.5%로 낮아졌으며, 여기에 기존 일반 자동차 관세(2.5%)를 더한 15%로 최종 결정됐다.
대미 무역 경쟁국인 일본이 먼저 협상을 타결하면서 공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핵심 쟁점은 자동차 관세율이다. 시장은 한국(25%)도 일본(15%)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세율을 낮출 경우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클 비먼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최근 한미경제연구소(KEI) 팟캐스트에서 "자동차, 철강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일부 조건 완화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동차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 채 상호관세까지 별도로 부과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관세로 이미 경쟁력이 악화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간접 부담까지 지게 된다. 자동차 자체에 품목관세와 상호관세가 중복 부과되지는 않지만 알루미늄, 화학제품, 전자부품 등 연관 산업에 상호관세가 부과될 경우 완성차 제조원가가 크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앨라배마, 조지아 공장 생산 차량에 엔진, 배터리 셀, 전장부품 등 주요 부품을 국내에서 공급하고 있다. 이들 부품과 관련된 품목에 관세가 확대되면 생산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공급망 재편 압박도 크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업체들은 높은 현지 조달률을 확보한 반면 한국차는 아직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이 50%를 밑돌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재편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상호관세로 인한 이중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상호관세가 전면 부과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추가 관세 부담이 최대 9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최대 40%, 기아는 최대 34%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2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약 3조5000억 원, 기아는 약 3조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GM도 이미 2분기 관세로 인한 비용이 11억 달러(약 1조52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관세 비용을 차량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인상 대신 수익성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가격 인상 시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해 경쟁력 유지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일본 수준의 관세율을 확보한다면 수익성 개선 기대가 크다"며 "곧 있을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실적 발표와 관세 협상 결과가 불확실성 해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