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에서는 폴리페서(Politics+Professor)가 대거 등용됐다. 대체로 행정·정치 경험이 적고, 학계·학회가 아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목소리를 내 명성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장외에서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처음엔 이들의 등용이 참신이 될지 무리수가 될지 불분명했으나, 후자로 판단될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일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조직 간·조직 내 불협화음, 고위공직자의 잦은 돌발발언·행동, 미숙한 행정 등 온갖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친문(親文) 계파주의 탈피, 지역·성별 안배 등 긍정적 평가가 무의미할 만큼 역효과가 컸다. 법무부·검찰청간 갈등과 ‘조국 사태’가 단적인 예다. 정책 부문에선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겠다며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놓고, 고용 충격이 발생하자 예산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지원한 코메디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재등용됐다. 현직을 떠난 지 길게는 10년 이상 지난 인사들이 장관으로 돌아오고, 이명박 정부에서 호황을 누렸던 극우성향 학자·인사들이 공공·연구기관장을 꿰찼다.
그 결과로 정부가 무능해졌다. 1990년대생들의 사회 진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며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했다.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개인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변했다. 여기에선 공직사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옛날에 멈춘’ 올드보이들은 과거의 방식과 문화를 고수했다. 낡은 이념적 사고를 강요했다. 장관과 기관장이 현실을 부정하는 조직에서 공무원과 직원들은 ‘아노미’에 빠졌다. 노동개혁, 의료개혁 등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나타났고, 일부 정책은 방향을 잃고 산으로 갔다. 공무원들은 적극성을 잃었다. ‘인지부조화’에 고통받느니 ‘복지부동’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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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꾸려졌지만, 결론은 같다. 일정 부분은 성과도 있기에 ‘완전히 망했다’고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성패 중간에 선을 긋는다면 확실히 실패 쪽이다. 그리고 인사 실패는 정책실패, 사회적 갈등, 공직의 무능화로 이어졌다.
최근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시작으로 이재명 정부의 내각 구성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두 정부보다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일부 장관 후보자의 이력·경력은 감탄이 나올 만큼 참신하다. 다만, ‘잘된’ 인사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굳이 이름을 열거하진 않겠으나, 일부 인사는 전문성과 정치력, 관리력 부재가 두드러진다. 일부는 너무 ‘옛날 사람’이다.
아직 인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 지명된 후보자들도 임명까지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남은 인사에서 문재인·윤석열 정부의 실책을 답습한다면, 또한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으로 판단된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앞선 두 정부처럼 인사에 기인한 참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 남은 인사에서만큼은 문재인·윤석열 정부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고, 기존에 내정한 후보자에 대해서도 나름의 기준을 정해 임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좋은 인사는 만사가 아닐 수 있으나, 나쁜 인사는 만사가 된다. 무엇보다 출발이 중요하다. 출발부터 방향이 틀어지면, 시간이 흐를수록 제자리로 돌아오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