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스마트홈 전략 내세워
생각하는 AI서 행동하는 AI 등장
가전전시회 오래된 이미지 벗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은 ‘피지컬 인공지능(AI)’으로 문을 열고 ‘피지컬 AI’로 막을 내렸다. 올해는 가전, 반도체, 완성차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생성형 AI를 넘어 물리적 세계로 확장된 ‘피지컬 AI’가 화두로 떠올랐다. 로보틱스·자율주행·스마트 제조·에너지 관리까지 AI가 기술과 산업의 연결축으로 작동하면서 기술 전시가 산업 전환의 장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CES 2026은 ‘혁신가의 등장’을 주제로 전 세계 160여 개국 4500여 기업이 참가한 뒤 막을 내렸다. 한국 기업 참가 수만 853곳에 달했다. 올해 CES는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161개국, 4500여 개 기업, 18만 명 방문)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번 CES에서 가장 화두는 피지컬 AI를 필두로 한 로보틱스다. 상대적으로 가전 기업들은 주목도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이에 국내 기업에서는 사실상 현대자동차가 이번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현대차그룹은 AI를 중심으로 로보틱스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미래 제조 청사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실물 공개하고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제조 환경을 구현한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전략을 함께 제시했다. 단순 시연이 아니라 실제 공정 투입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가 공개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으로 진입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스 내에서도 로봇 개와 물류 로봇,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AI 기반 제조 생태계’의 실체를 구현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행보도 CES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정 회장은 전시 기간 현대차그룹 부스를 시작으로 LG전자, 퀄컴, 삼성전자, 엔비디아 전시관을 잇달아 찾으며 AI·로보틱스·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점검했다. 특히 엔비디아 전시관 방문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의 비공개 회동도 진행했다. 엔비디아가 CES 기조연설에서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공개한 점을 고려하면 양사 간 파트너십이 자율주행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완성차 기업이 자체 기술 고도화와 함께 외부 AI 생태계와의 결합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로보틱스는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전시 전반의 핵심 키워드였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보행 안정성과 조작 정밀도를 끌어올리며 물류와 제조 보조 투입 가능성을 현실 단계로 끌어왔다. 관절 구동과 센서 융합, AI 제어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동작이 한층 부드러워졌고 인간과의 협업을 전제로 한 안전 설계도 함께 제시됐다. 단순한 움직임 시연을 넘어 실제 산업 적용을 전제로 한 로봇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가전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전략과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윈 호텔에 단독 전시관을 꾸려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라는 비전을 전달했다. 130형 초대형 마이크로 RGB TV를 전면에 내세우며 프리미엄 전략을 공고화했다.
LG전자는 사람과의 상호 작용을 강화한 새로운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강조했다. 클로이드를 통해 가사 노동뿐만 아니라 고민 부담까지 덜어주는 진정한 ‘제로 레이버 홈’ 구현에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AI 기반 차량용 솔루션도 대거 선보이면서 AI를 통해 집 안의 가전과 로봇, 차량과 디지털 서비스가 하나의 AI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공고화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존재감도 뚜렷했다. 베네시안엑스포 유레카파크에서는 AI·헬스케어·웨어러블·로봇 솔루션이 대거 전시되며 대기업과의 협업 가능성을 키웠다. 투자자와 기업 관계자들이 기술 검증과 사업 연계를 동시에 논의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CES가 글로벌 기술 중개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도 더욱 거셌다. 전시장 핵심 구역을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데 이어 AI·가전·로봇·모빌리티 전반에서 기술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에 국내 기업들이 있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의 주요 자리를 TCL과 하이센스, 드리미 등이 메웠고 미디어데이와 기조연설 무대에도 중국 기업 경영진이 연이어 등장했다. 중국 기업들이 전체 비중 중 20%가량을 차지하면서 ‘양과 질’ 모두에서 공세가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CES 2026은 AI가 산업 장비와 로보틱스, 물류·모빌리티 등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술로 구현되며 연구 단계에 머물던 기술이 산업과 일상에 적용·검증되는 무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