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부동산 시장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견고해지면서 서울은 가격 방어가 이어지는 반면, 비수도권은 준공 후 미분양이 집중되며 재고 부담이 커지는 등 시장의 온도 차가 뚜렷해졌다. 이런 가운데 주택에 대한 수요는 ‘실거주와 투자’ 등 이분법적으로 잘라 말할 수 없는 복합적 수요로 다변화하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상승률 8.25%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년도 연간 상승률(4.67%)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연간 상승률(8.02%)도 넘어섰다.
서울 집값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값도 3.0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8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방만 놓고 보면 집값은 하락세였다.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값은 1.19% 떨어졌는데 지역별로 대구가 3.78% 하락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고, 대전(-2.17%)·제주(-2.13%)·광주(-1.96%) 등 순이었다.
주택 공급 지표 또한 지역별 명암이 엇갈린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가구로 집계됐는데, 전체 74.6%인 5만1518가구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8080가구로 전체 물량의 84.5%는 지방에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서울 부동산에 수요가 쏠리는 가운데 규제가 일상화가 되면서 수요는 점차 다각화되는 모양새다. 수요자들이 아파트 대신 비교적 규제 부담이 적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본지 자문위원인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6·27대책부터 10·15대책까지 대출규제가 이어지면서 서울에서 레버리지를 끼고 주택을 사기가 매우 어려워졌는데, 그런데도 집을 사려는 이들은 소형 주택 등 대체재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지난해 11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오피스텔 수익률은 5.64%를 기록하며 2018년 1월 조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피스텔 거래량도 증가세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오피스텔 거래량은 5만6937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5만3939건) 대비 5.6%(2998건) 늘어난 규모다. 특히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임대차 시장 환경과 맞물려 일정 수준 월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오피스텔이 ‘세입자에서 소형주택 구입으로 전환하는 수요’와 ‘임대 투자 수요’ 양측의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수요의 성격 자체도 변했다. 부동산 수요는 과거처럼 전세나 매매, 거주나 투자 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고 거주와 동시에 투자를 고려하는 등 다양한 복합적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본지 자문위원)는 “전세냐 월세냐, 거주냐 투자냐를 예전처럼 단순하게 나누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며 “특히 젊은 층은 대출 상환 부담, 기대수익률, 다른 자산과의 비교까지 따져 거주비와 자산 리스크를 동시에 계산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게 요즘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집을 샀다고 해서 무조건 가격이 오를 거라고 기대하는 게 아니라,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정보를 빠르게 반영하는 ‘계산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정부도 과거와 같이 부동산 대책을 공급 확대나 규제 강화와 같은 단일 처방을 내놓는 것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수요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울은 공급 경로·정비 속도·금융 미세조정, 지방은 미분양·준공 후 재고 관리와 수요 회복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그동안은 가격이 오르면 규제하고 내리면 완화하는 식의 ‘패턴화된 처방’이 반복돼 왔다”며 “앞으로는 지역별 인구구조와 기존 도시구조, 청년층 내부의 소득·자산 격차, 산업 재편과 금리 등 대외 변수까지 함께 반영해 구조적으로 설계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