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제성장' 전략…“정부, 선수로 뛰지 말고 기업 투자 활성화 지원해야” [전문가 진단]

입력 2026-01-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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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성장 지속 가능성 떨어져⋯AI 투자, 저성과·양극화 우려도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전략을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확장재정 등 정부 역할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과제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투데이는 11일 재정경제부가 지난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대한 경제전문가 5인의 진단을 통해 정책 방향의 타당성과 한계를 짚어보고, 이번 전략적 구상이 현장의 체감으로 이어지기 위해 보완해야 할 과제를 살펴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 구균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임상수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등 5인의 의견을 종합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2.0%’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지난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수출 호조, 확장재정 등이 근거다. 김정식 명예교수는 “지난해 성장률이 낮았던 데 따른 반작용과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어 (경제성장률) 2%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균철 교수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정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 중반으로 떨어진 상황이지만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이 0.1~0.2%포인트(p) 상승효과를 내면 1% 후반대는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론도 제기된다. 임상수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게 소비와 투자, 정부지출”이라며 “투자가 전년과 비슷한 흐름이라면 소비와 정부지출이 GDP를 견인해야 하는데 지금은 물가 압력으로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재정 역할 필요하지만…성장 전략은 아냐”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 총지출을 8.1% 늘리고 투자와 정책금융을 확대하는 것은 일정 부분 필요성을 인정했다.

임 교수는 “소비와 투자 모두 위축된 현 상황에서는 정부 지출이 유일한 버팀목”이라며 “재정 건전성 우려도 있지만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을 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제한적이겠지만 내수 침체가 심각하고 기준금리(통화정책)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정건전성 문제로 재정지출을 무한정 늘리긴 어렵더라도 당장은 재정 외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으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 성장’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날선 비판도 제기됐다.

박명호 교수는 “돈을 풀어 성장률을 방어하는 것은 경기 변동에 대응하는 단기 처방일 뿐 국가의 장기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성장 전략이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정부들도 같은 방식을 반복했지만 결과적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지 못했다”며 “생산성 정체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재정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교수는 정부가 성장을 이끌려는 방식을 ‘개발도상국형 관치 경제’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돈을 풀면 성장률이 오른다는 사고방식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 경제에 맞지 않는다”며 “민간의 자생적인 투자가 살아나도록 돕는 역할에 그쳐야 하는데 정부가 선수로 뛰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전략이 중심이고 민간을 도와주는 역할이 매우 부족하다”며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고 민간의 경쟁력이 공공부문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AI 투자는 ‘복권’…균형발전은 ‘주객전도’

세부 정책과제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보완책에 대한 제언도 있었다.

박 교수는 정부의 인공지능(AI) 집중 투자 전략을 ‘복권’에 비유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AI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투자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막대한 재정만 날리는 고위험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구균철 교수도 “AI 기술은 숙련 노동자와 자본가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총요소생산성은 높일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소득 불평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AI 분야에서 정부가 해야 할 건 전력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 등 인프라 투자”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메가 특구로 대표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관해 “지방에 대한 재정·세제혜택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면서 “산업시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방의 열악한 인프라와 인력 수급 여건”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건 규제를 풀거나 지역에 예산을 더 주거나 이주한 기업과 근로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수준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출구 전략’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도 높고 환율은 오르고 대출도 어렵고 부동산 거래도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선 내수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대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민간에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의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노동 분야를 개혁한다며 4.5일제 도입하고, 연금제도를 개혁한다며 미래세대 부담을 키우고, 그런 것들을 구조개혁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며 “6대 분야 구조개혁의 가장 중요한 방향을 제대로 잡고 구체적인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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