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950원대로 하락…엔화예금도 3주 만에 반등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자 '환테크(환율+재테크)'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예금금리가 1%대에 근접하며 은행 예·적금의 매력이 낮아진 가운데 외화예금으로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3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662억2586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4월 말(577억1389만 달러) 대비 약 85억 달러(약 11조6265억 원)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 달러예금 잔액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왔다. 미국 상호관세 정책 강화로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1484.1원까지 치솟자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몰리면서 달러예금 잔액이 빠르게 줄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재정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며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고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자 다시 달러 예금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1.2원 내린 1364.4원으로 집계됐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최근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가 약화돼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에 대한 관세를 다시 언급하며 달러 약세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와 경기 둔화 전망, 그리고 관세 정책 지속 등으로 하반기에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반기부터는 미국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엔화예금 잔액도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월 말 기준 8751억 엔까지 줄었던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9201억 엔으로 3주 만에 450억 엔(약 4306억 원) 유입됐다. 이는 지난 3월 말(9266억엔)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다.
이는 엔화 강세 국면에서 900원대로 떨어지자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달 전까지 100엔당 1000원을 넘겼던 원·엔 환율은 이달 들어 950원대까지 낮아졌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5.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 진행 시, 물가 부담이 낮아지고 추가 금리 인상 압력을 낮출 수 있어 미국보다 높은 수준의 정부부채를 가지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는 엔화 강세 유인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주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지만 금통위 결과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엔화 추가 강세와 더불어 각종 관세협상 뉴스 흐름이 원·달러 환율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주 원·달러 환율 밴드는 1340~1400원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원화뿐 아니라 엔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고객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환율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시점 분산과 환헤지 등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