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과정만 2~3개월, ‘퇴직 후 재고용’ 효과 반문 많아 연구 추가하기도
오삼일 팀장 “고령층이 노동인구의 절반되면, 일자리도 고령자 친화적으로 바뀔 것”
“노사 간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고용계약 유지 고민 필요…유인체계 중요”

오삼일 팀장은 지난달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최선의 데이터, 최선의 연구진으로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분석을 통해 방안을 제시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오 팀장이 속한 연구팀은 지난달 8일 BOK이슈노트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퇴직 후 재고용’을 제언했다. 당시 대선국면으로 전환됐던 시기였기 때문에 연구팀의 제언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노총은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즉각 내기도 했다.
퇴직 후 재고용 보고서가 공개되기까지 8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연구팀은 연구에 참여한 김대일 서울대 교수를 직접 찾아가 섭외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다.
오 팀장은 특히 보고서의 리뷰 과정만 2~3개월 걸렸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보고서 리뷰는 한 달 안팎으로 진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보고서의 리뷰 기간은 상대적으로 길었다. 이창용 총재가 연구팀에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최대한 많이 받으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오 팀장은 “이제 여름쯤에 정년 이슈에 대해서 보고서를 좀 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9월 초쯤에 김 교수님도 연구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때부터 6개월 정도 작업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총재님께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최대한 리뷰를 많이 받아라. 의견을 듣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걸 보완하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수차례에 걸친 리뷰 끝에 ‘단계적 퇴직 후 재고용’ 방안을 제언으로 정리했다. 일본이 정년연장·정년폐지·퇴직 후 재고용 세 가지 방안 중 하나를 택할 수 있게 ‘옵션’을 준 것과는 다른 결론이었다.
오 팀장은 “노조가 센 데는 정년 연장을 하고 노조가 약한 데는 정년 연장을 안 하고 재고용하는 등 거기서도 이중 구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모호하게 옵션을 주는 것보다는 하나의 안으로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많아서 퇴직 후 재고용 단일안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직 후 재고용 정도에 대해서도 기업에 바로 의무를 부과해야 할지, 두 자기 옵션을 줘야 할 지에 대한 의견 중에서 지금 방안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10년 전 임금체계 개편없이 도입했던 ‘60세 정년연장’에 대해 ‘실수’라고 표현한 것이다. 한은 보고서의 경우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직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오 팀장은 “임금체계 개편없이 시행됐던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연구한 결과가 생각보다 더 명확하게 나왔고, 연구팀 내에서 ‘이대로(임금체계 개편없이) 정년연장을 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다’라는 의견을 나눴다.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그러한 표현을 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연구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구조를 갖고,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일본은 왜 65세까지 정년연장을 하지 않고 고용의무화라는 우회적인 방안을 택했을까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노사협력지수가 높은 일본이 오히려 법정 의무화를 바로 시행하지 않고, 의무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한 점을 주목한 것이다.
일본은 ‘60세 정년 → 65세 고용확보 → 70세 취업기회확보’로 이어지는 계속근로 로드맵을 1998년부터 올해까지 약 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도입했다.
오 팀장은 “일본이 정년연장 방안을 왜 우회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결국 일본도 기업 부담을 더 지우는 거에 대해서 상당히 좀 부담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좀 해봤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앞으로 노동시장은 어떤 식으로든 유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노동시장을 구분 짓는 ‘이중구조’와 같은 상투화된 표현은 의미가 없어질 것으로 봤다.

또한, 오 팀장은 노동시장의 주요 생산연령층도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핵심노동연령(prime working-age)의 남성이 제조업, 건설업 위주로 상용직으로 일하는 구조에서 앞으로는 고령층, 여성이 많아지는 구조로 바뀌면서 다양해졌다”며 “앞으로 핵심노동연령의 노동 시장이 바뀔 것으로 보고 있고, 그러면 결국 노동시장은 어떤 식으로든 유연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근로자도 양보할 건 양보하고, 기업도 노동력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노사 간 고용 계약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며 “국가 입장에서는 고령층의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계속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게 유인 장치를 만드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관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오 팀장은 “기존의 관념으로 좋은 일자리, 나쁜 일자리의 관념이 바뀌고 있는 것 같고, 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각자 원해서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꿔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인식 변화와 맞게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고용분석팀을 고용동향팀·고용연구팀으로 세분화했다. 예전보다 고용과 관련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고용연구팀은 현재 근로자의 AI 활용에 따른 생산성 증대 정도, 주 52시간 등 주제에 관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 팀장은 “AI를 활용하면서 개인이 느끼는 생산성 증대나 자기 후생 효과와 AI를 자신의 대체자로 여기는지 아닌지 등의 내용에 대해 지금 서베이를 진행 중이고, 여름쯤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 52시간에 대해서도 근로시간을 제도적으로 인위적·일률적으로 조정하는 게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