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통신] ‘술과 춤 빠진 파티’ 되살릴 수 있을까

입력 2022-05-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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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완섭 재미언론인

인플레 잡기 연준 ‘빅 스텝’에 반응 시큰둥

상인들 10명 중 8명 “연내 침체국면 맞는다”

외식 자제·휴지 아껴 쓰며 허리띠 졸라매기

서민들 유효기간 지난 음식 먹으며 고난의 행군

“모든 가격이 다 오르는데, 내 저축액만 줄어들고 있어요.”

“베이컨 값이 스테이크 값만큼 올랐어요.”

“달걀 값이 더즌에 5달러까지 오른 건 처음 봅니다.”

“다 오르는데, 봉급만 오르질 않네요.”

“한 달에 며칠은 식사를 거르고 있어요.”

“유효기간 지난 식료품도 사 먹어요.”

“값싼 불량식품이라도 사 먹을 수밖에 없어요.”

겨울에도 보일러 가동 줄이기, 여름 휴가 계획 철회, 외식 자제, 라면으로 끼니 때우기, 화장지 아껴 쓰기, 집수리 전면 중단….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얘기가 아니다. 40여 년 만에 최악의 물가상승으로 고난의 행군에 들어간 부자 나라 미국 서민들의 풍속도다. 최근 모닝컨설트가 미국인 소비자 2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9명은 심각한 인플레 때문에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기름값 걱정은 뒷전. 이제는 이발비와 화장실 휴지, 우윳값 같은 생필품 가격상승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을 내디딘 것. 그의 인플레 사냥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회의적이다. 고용안정과 성장기조, 소득향상 등을 전제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여전히 고용시장은 불안정하고, 물가상승으로 실질임금은 줄어든 상태다.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싸늘하다. 증시는 폭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3%, 나스닥은 5%가 각각 떨어졌다. 발표 직전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어 주가가 일시 상승했으나 망가진 공급망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물가상승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고, 추가 인상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루 만에 급반전한 것. 자칫하다간 성장궤도를 탄 경제를 침체국면으로 빠뜨리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소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거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달 만에 잇따라 금리를 올리는 초강수 인플레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뉴욕주 서폭카운티에 자리 잡고 있는 이탈리안 슈퍼마켓 엉클 주세페. 마더스데이를 앞둔 주말인데도 한산하다. 미국 소비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때문에 외출과 외식을 자제하고, 휴지까지 아껴 쓰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티고 있다.
▲뉴욕주 서폭카운티에 자리 잡고 있는 이탈리안 슈퍼마켓 엉클 주세페. 마더스데이를 앞둔 주말인데도 한산하다. 미국 소비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때문에 외출과 외식을 자제하고, 휴지까지 아껴 쓰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티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과 소상인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격탄을 맞은 소상인 10명 중 8명은 유례없는 물가상승으로 장사하기 어려웠는데, 엎친 데 덮친 격, 대폭적인 금리 인상으로 올해 안에 침체국면을 맞을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CNBC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경기가 좋아질 거라고 보는 이는 24%, 그저 그럴 것이라는 답변은 31%, 나빠질 거로 전망한 이는 44%였다. 소비자 가격을 올림으로써 원가상승 부담을 상쇄시키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입장. 17%만이 오른 원자재 가격만큼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고, 나머지는 혹여 고객을 놓칠세라 가격 전가를 망설이고 있다. 이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값을 올릴 경우 인플레이션이 잡히기는커녕 오히려 물가상승을 가속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소비자들은 크레디트카드 빚과 주택 모기지 부담이 늘어나는 게 걱정이다. 테드 로스만 크레디트카드닷컴 경제분석가는 현재 16%인 크레디트카드 이자율이 연말에는 18.5%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이자 비용을 줄이려면 집을 담보로 융자를 받거나 신용대출을 쓸 수도 있지만, 이 또한 금리 인상을 피해갈 수 없어서 긴축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는 것이다.

현재 3% 수준인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이자율도 연말에는 6% 선으로 두 배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30만 달러(약 3억6000만 원)를 30년 고정이자율로 융자를 받은 경우 연간 5000달러(약 600만 원) 이상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자녀 학자금 융자 상환 따위는 피부로 감지조차 되지 않는 지출에 속한다.

코미디언 겸 정치비평가인 트레버 노아는 현 상황을 이렇게 풍자했다. “작금의 인플레이션은 팬데믹과 공급망, 그리고 어린 시절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한 러시아 남자(푸틴) 때문”이라면서 “이번 금리 인상은 마치 아무도 술을 마시려 하지 않고, 주먹질과 싸움으로 난장판이 된 파티를 수습하려 하는 것과 같다. 파티는 끝나가고, 아무도 춤을 추지 않는데, 분위기를 살리려 파트너를 바꾸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술도 없고, 아무도 춤을 추지 않는 파티가 금리 인상이라는 통화정책만으로 흥을 북돋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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