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술 권하는 사회…‘술꾼도시여자들’로 보는 韓음주 문화

입력 2021-11-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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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사진제공=티빙
▲사진제공=티빙

“오늘 먹을 술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지난달 22일 첫 공개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의 캐치프레이즈는 ‘기승전술’이다.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술을 좋아하는 갓 서른이 된 새 동갑내기 여자친구들의 일상을 그려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이들의 삶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녹이며 위로를 전한다.

퇴근 후 술 한잔이 일상인 세 주인공은 술을 빌려 30대 여성을 압박하는 사회 편견과 맨정신으로는 말 못 할 속앓이 그리고 술과 안주, 우정과 사랑을 담아낸다. 이선빈은 방송국 예능 작가 소희로 분해 직장 내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으로 공감을 사고, 한선화는 해맑고 솔직한 요가강사 지연을 연기하며 극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정은지는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종이접기 유튜버 지구를 연기한다.

▲사진제공=티빙
▲사진제공=티빙

이들은 음주와 관련된 에피소드란 에피소드는 모두 쏟아낸다. 맥주병 뚜껑을 숟가락과 하이힐로 따는 것은 기본이며, 소주와 맥주로 폭탄주를 만드는 기술은 가히 묘기에 가깝다. 또 술에 취해 싸우다가도 한 명이 위기에 처하면 한달음에 달려가 도와주는 세 사람의 우정은 눈물겹도록 진하다. 만취 상태에서나 저지를 수 있는 만행들을 저지르고, 술을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또 술을 마시는 일상을 반복하는 모습은 실제 우리와 닮아 있다. 19금 소재의 대화와 욕설까지 찐친들이 나누는 대화를 여과 없이 담아내 쉴 새 없는 웃음 폭격을 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냥 술을 들이 붓고, 웃기기만 하지는 않는다. 세 여성 캐릭터가 우정으로 똘똘 뭉쳐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연대’도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여성’과 ‘로맨스’의 합성어인 ‘워맨스’ 대표 드라마로 여성들 사이의 진한 우정과 연대를 보여준다. 남자들 사이의 깊은 우정을 지칭하는 ‘브로맨스’와 대비되면서, 남성 중심의 사회와 불의에 저항하는 여성 유대의 상징을 그려 여성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는 온라인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유튜브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은 많게는 130만 뷰를 기록하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 차트에 올랐다. 티빙 유로 가입자 기여 수치도 4배 이상 올랐다. SNS만 봐도 ‘술꾼도시여자들’ 관련 클립이나 이미지가 활발하게 공유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2일 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로 일대에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새로 개발한 음주 복합감지기를 이용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로 일대에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새로 개발한 음주 복합감지기를 이용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마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음주를 권장하는 드라마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오늘 먹을 술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드라마의 주제는 음주를 조장하거나 미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영업시간 및 모임인원 제한이 완화된 가운데 연말연시까지 겹쳐 송년회, 회식 등 술자리가 급증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의 해방감에 휩쓸려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억눌렸던 대면 교류 욕구가 ‘보복 회식’, ‘보복 음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위드 코로나 시행 직후 음주운전도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음주운전 집중단속 적발 건수는 총 2844건으로, 하루 평균 406.3건이었다. 올해 1~9월 하루 평균 단속 건수인 309.9건에 비해 90건 넘게 폭증한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11월을 ‘음주폐해예방의 달’로 지정하고 절주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뒤집잔’ 캠페인을 추진한다.

또 음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추세다. 중독포럼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22일~29일 성인 1008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 영업시간이 늘면 업무상 혹은 지인과의 술 마시기가 늘 것이란 응답이 67.5%(약간 증가 60.3%, 매우 증가 7.2%)에 이르렀다. 물론 ‘술꾼도시여자들’로 인해 ‘보복 음주’ 빈도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한 잔 할까?’ 생각이 드는 것은 자명하다. 술을 부르는 드라마의 효과(?)는 우리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해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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