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메타버스의 미래,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입력 2021-10-0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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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사이버 범죄 가능성↑…관련 제도 전무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메타버스는 불가피한 미래일까, 한낱 환상일까.

메타버스 옹호론자들은 무엇이든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토피아(이상향)라 평가하지만, 디스토피아(이상향의 반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미지의 세계이다 보니 구체적인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다양한 범죄의 온상이 될 수도 있고,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소외 등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메타버스 플랫폼상의 범죄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메타버스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는 개인 간 상호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모욕·비하·인신공격과 같은 개인 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주요 이용자인 10대에 대한 아바타 스토킹·아바타 몰카·아바타 성희롱 등 아동 성범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네이버제트가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는 10대 이용자 비중만 80%에 달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도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13세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0대 청소년들은 심각한 사이버 범죄에 노출돼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해 초·중·고교생 49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9.7%가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공간은 ‘온라인 게임(45.2%)’, 가해 대상은 ‘전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57.0%)’이 가장 많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우려는 실제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다.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로블록스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른 61세 남성이 경찰에 기소됐다. 미국 법무부는 “해당 남성은 로블록스에서 13세 소년으로 가장하고 12세 소녀에게 접근했다”며 “그는 게임 내 대화를 문자 메시지로 전환한 후 소녀에게 노골적인 성적 사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남성은 현재 체포돼 연방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아동 대상 범죄 등으로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메타버스 내에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원상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6월 NIA가 발간한 ‘2021 지능정보윤리 이슈리포트 여름호’에서 “현행 법률은 아날로그 공간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에서의 범죄 행위를 제재하는 것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메타버스에서 범죄가 발생하게 되면 범죄자를 특정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기소를 하고,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형사소송절차는 현실 공간에서 이뤄지게 된다”며 “형사소송절차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현실 공간을 기본으로 기획되고,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초국경적인 메타버스에는 대응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대한 메타버스에서 증거를 수집하기도 쉽지 않으며, 범죄자가 해외에 있다면 범죄인 인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제페토와 같은 경우에는 수사라도 할 수 있지만 로블록스 같은 경우에는 플랫폼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거의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메타버스의 접근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메타버스는 온라인 가상현실을 통해 구현되는 특성상 VR, XR 기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디지털 기술에 서투른 고령층은 메타버스 사용 자체가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명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정보격차)’를 유발할 수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는 이미 진행 중이다.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서 발표한 ‘2020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8.6%다. 전년 대비 4.3%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지만, 일반 국민이 100%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결국, 모든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금은 MZ세대, 특히 10대가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이 강화될 경우 장년층 및 노년층의 메타버스 이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향후 메타버스가 일상생활의 플랫폼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계층이 메타버스에 어려움 없이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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