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소환된 '미 점령군'戰…뿔난 전문가들 "역사, 함부로 다뤄선 안 돼"

입력 2021-07-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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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 1ㆍ2위의 이념갈등 촉발

"점령군, 해방군 표현은 기준에 따라 달리 해석 가능"
李·尹 설전엔 "소모적 논쟁, 의미없는 정쟁에 불과"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건국(建國)’ 관련 발언에서 비롯된 역사인식이 대선 국면을 달구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지사의 “친일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유지했다”는 표현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망언”이라고 공격한 것이 대권 주자 1·2위 간 한국 현대사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촉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소모적 논쟁, 의미 없는 정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두 대권주자 설전의 발단은 이 지사가 1일 경북 안동 이육사 문화관을 찾아 한 발언이었다. 이 지사는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나.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고 표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세력의 차기 유력후보 이 지사도 이어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저에 대한 첫 정치 발언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제 발언을 왜곡 조작한 구태 색깔공세라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받아치며 설전을 이어갔다. 또 이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승전국인 미국은 일제를 무장해제하고 그 지배영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했으므로 ‘점령’이 맞는 표현”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점령군’, ‘해방군’이란 표현은 기준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어 이 같은 논쟁은 사실상 불필요하며 정치권이 정쟁으로 삼은 것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의 경우 점령군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당시 일본과 싸워 일본 제국의 영토로 돼 있던 한반도를 점령한 것”이라며 “한국 민족 점령이 아닌, 일본 제국의 통치 지역을 점령했다는 것으로 과정상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복 후 언론에서도 오스트리아, 조선, 일본을 ‘미점령 지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이 명예교수는 “소련의 경우 약소민족을 도와 세계혁명을 한다고 부르짖었기 때문에 식민지배국에 오면 해방군이 된다”며 “이는 일종의 사회주의 노선의 용어”라고 말했다. 이어 “점령과 달리 해방이란 표현이 광복 후 언론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것은 후대 반미주의자들이 만든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대비되는 표현 자체가 위험한 역사 해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 일본에 승리한 미국 덕분에 우리가 해방했으니 해방군이며, 동시에 미소 양군이 38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분할점령하고 군정을 설치했으니 이 경우엔 점령군”이라고 해석했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당시 미국은 남한에서, 소련은 북한에서 정치적 이해를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체제를 수립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선 둘 다 점령군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설전은 오히려 정치적인 입지에 맞게 해석하는 정쟁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 소장은 “우파에선 미군은 해방군, 소련은 점령군이라 보고 좌파에선 반대로 본다”며 “이처럼 역사 인식을 자꾸 이념으로만 보니 우리 관점이 빠진 반쪽짜리 역사관이라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명예교수 역시 “민족 역사에 아픈 면, 자부할 면들이 많은데, 정치인들이 현세의 본인 입지를 위해 마음대로 해석하는 건 삼갔으면 좋겠다”며 “역사를 그렇게 함부로 다뤄선 안 된다”고 꾸짖었다. 전 역사학자도 “양측의 논쟁은 논쟁거리가 아닌 그냥 문제로 삼고 싶어서 삼은 것이라 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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