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서 가장 오래된 한글 금속활자 등 1600점 무더기 발굴

입력 2021-06-29 09:55 수정 2021-06-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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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시계 부속품·천문시계 '일성정시의' 출토
세종 시대 과학유산 흔적 대규모 발굴은 처음

▲서울 인사동에서 나온 조선 전기 한글 금속활자. (사진=문화재청)
▲서울 인사동에서 나온 조선 전기 한글 금속활자. (사진=문화재청)
서울 종로구 도심에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표기가 반영된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금속활자를 포함해 15∼16세기에 제작한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 점이 무더기로 출토됐다.

문화재청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은 탑골공원 인근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에서 항아리에 담긴 많은 금속 유물들이 한데 묻혀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고 29일 밝혔다.

출토된 유물들은 △조선 전기 제작된 금속활자 1600여 점 △세종~중종때 제작된 자동 물시계 부품 △세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천문시계 △중종~선조때 만들어진 총통류 8점·동종 1점 등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유물은 세종 때 제작된 금속활자다. 한자 활자 1000여 점과 한글 활자 600여 점이 나왔다. 조선 전기의 다양한 금속활자가 한곳에서 발견된 첫 사례다.

조선시대 금속활자는 제작한 해의 육십갑자를 이름으로 붙이는데 1434년 제작했다는 갑인자(甲寅字)를 비롯해 1455년에 만든 을해자(乙亥字), 1465년 활자인 을유자(乙酉字)로 보이는 유물이 확인됐다. 현재 공인된 금속활자 중 가장 이른 시기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한글 활자 약 30점이다. 이 활자들은 1455년 무렵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한글 금속활자 중에는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한정적으로 사용된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활자와 한문 사이에 쓰는 한글 토씨인 '이며'나 '이고'를 편의상 한 번에 주조한 이른바 '연주활자' 10여 점도 있었다.

▲서울 인사동에서 나온 금속활자 발견 당시 모습. (사진=문화재청)
▲서울 인사동에서 나온 금속활자 발견 당시 모습.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관계자는 "다양한 크기의 한글 금속활자가 출토됐다"며 "아직 금속활자 분석이 끝나지 않았으나 종류가 다양해 인쇄본을 찍을 때 사용한 조선 전기 활자의 실물이 추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격루와 같은 자동 물시계에서 시간을 알리는 시보 장치를 작동시키는 주전으로 추정되는 동제품은 활자를 제외한 다른 유물들처럼 잘게 잘린 상태로 발견됐다.

동그란 구멍이 있고 '일전'(一箭)이라는 글씨를 새긴 동판, 걸쇠와 은행잎 형태 갈고리가 결합한 구슬 방출 기구로 구성된다. 이러한 형태는 '세종실록'에 나오는 주전 관련 기록과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동제품이 주전이라면 세종 20년인 1438년 제작된 경복궁 흠경각 옥루나 중종 31년인 1536년 창덕궁에 새로 설치한 보루각 자격루의 부속품일 가능성이 있다. 옥루는 현존하는 부재가 전혀 없고, 자격루는 물통 일부가 남아 국보로 지정됐다.

일정성시의는 낮에 해시계로 사용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한 도구이다. '세종실록'에는 1437년 일정성시의 4개를 제작했다고 기록됐는데 전래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인사동에서 나온 일성정시의. (사진=문화재청)
▲서울 인사동에서 나온 일성정시의. (사진=문화재청)

출토 유물을 복원하면 원형 고리 3점이 된다. 명칭은 각각 주천도분환, 일구백각환, 성구백각환이다.

총통은 소형 화기인 승자총통 1점과 손잡이를 부착해 쓰는 소승자총통 7점으로 구성되며, 길이는 모두 50∼60㎝이다. '계미'(癸未) 글자가 있는 승자총통은 1583년, '만력무자'글자를 새긴 소승자총통은 1588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모든 유물은 1588년 이후에 같이 묻혔다가 다시 활용되지 않은 것 같다"며 "보존처리와 추가 연구를 거치면 조선 전기 인쇄술과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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