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통신] 홀로코스트의 실제를 다투는 드라마 ‘부인’…“정의 수호는 아름다운 인간정신”

입력 2016-10-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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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드라마 ‘부인’(Denial·否認)에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하는 영국 저술가 데이빗 어빙과, 그를 비판하는 책을 낸 미국 대학교수 데보라 립스탯이 나온다. 어빙으로부터 고소당한 립스탯은 런던 법정에 서게 된다. 립스탯 역을 맡아 열연한 영국 배우 레이철 바이스(46)를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인터뷰했다.

환한 미소에 씩씩한 모습의 바이스는 우아하면서도 시선이 따갑도록 강렬한 인상이었다. 약간 아이 같은 음성으로 위트와 유머를 섞어가며 대답하는 그와의 인터뷰는 재미있고 즐거웠다. 깔깔대고 웃으며 악센트를 섞어 똑똑 부러지듯이 분명하고 총명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이스는 현 007 제임스 본드인 대니얼 크레이그의 아내다. 바이스와의 인터뷰에는 실제 주인공 데보라 립스탯도 참여했다.

▲왼쪽부터 데보라 립스탯, 박흥진, 레이철 바이스.
▲왼쪽부터 데보라 립스탯, 박흥진, 레이철 바이스.

△영화에서 립스탯은 아우슈비츠를 방문, 감정적으로 깊은 경험을 하는데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는가.

“이번에 처음으로 그곳에 갔다. 실화의 주인공으로 그 땅에 서 있자니 현실과 영화의 얘기가 충돌하면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아우슈비츠 밖에서 철조망을 통해 수용소 안을 향해 촬영이 허가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역의 어떤 부분이 흥미 있었나.

“영국 사람인 내가 뉴욕 퀸즈에 사는 유대인으로 나와 런던에서 영국의 법제도에 대해 몰라 혼란을 겪는 연기를 한 것이다.”

△영화 찍기 전에 립스탯을 만났는가.

“그렇다. 그를 안 만났더라면 이 역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우리 집을 찾아와 며칠을 함께 보내면서 자신의 얘기를 자세히 들려줬다. 립스탯은 뭐든지 자기가 하는 사람이다. 매우 독립적이요 생동적이며 다채로운 사람이다. 강렬하고 재미있고 결단력이 있는 훌륭한 사람이다.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후에야 립스탯 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빙처럼 사실을 부인하는 일이 요즘도 빈번하다고 보는가.

“그렇다. 소위 음모론이다. 미국의 샌디 훅 초등학교의 총격사건(2012년 12월 미 코네티컷주)을 총기 규제론자들의 음모라고 말한 대학교수가 있는가 하면 9·11 사태 직후 뉴저지주의 유니온시티 거리에서 무슬림이 좋다고 춤을 췄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건 늘 있는 일이다.”

△립스탯처럼 불공정한 것에 맞서는 사람인가.

“난 정의 수호를 위해 일어서는 사람을 존경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성이다. 영화를 본 젊은 사람들이 불공정에 맞서는 용기를 가져주길 바란다. 나 자신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난 내 고양이를 아주 사랑하는데 그것도 사랑이고 내 아들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다. 그중에서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장 강력하고 맹렬하다고 본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인을 불법으로 취급하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홀로코스트 부인을 인정하지는 않으나 그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엔 찬성하지 않는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 틀린 말이라도 하게 하는 것이 낫다. 생각하는 것을 공개하지 않고 숨기면 오히려 썩게 마련이다.”

△헝가리 유대인인 아버지로부터 홀로코스트 얘기를 들었는가.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 직전에 조국을 떠나 무사했지만 조국에 남은 가족은 잃었다. 그러나 아버지 가슴엔 늘 그것이 남아 나도 홀로코스트를 생각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나도 홀로코스트와 함께 자란 셈이다.

△남편과 서로의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가.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의 각본도 읽지 않는다. 무슨 직업이든 늘 그것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난 남편의 영화에 매우 관심이 있고, 연기자 남편의 열렬한 팬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세계 정치 등 다른 할 말들이 많다.”

★이때 립스탯이 인터뷰에 동참했다.

△당신의 얘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느낌은.

“우선 레이철이 투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가 주연한 이 영화는 내 생애에 가장 좋은 일 중의 하나다. 레이철을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알게 된 것이야말로 행운이다. 그는 내 얘기를 바로 표현하기를 원했다. 참으로 인간적인 사람이다.”

△레이철이 당신 역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배우인지 알아봤는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몰랐기 때문에 철저히 연구한 끝에 110% 찬성했다.”

△장애물이 앞에 있을 때 싸워 극복하는 편인가.

“우리는 늘 그른 것과 싸울 수는 없으나 때론 싸워야 한다. 그러나 이 싸움은 내가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싸울 수밖에 없게 된 경우다. 그런데 승리란 기분이 좋은 것이다. 영화를 통해 젊은이들도 불의에 대항해 승리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삶에 대한 청사진은.

“없다. 나아가면서 그때그때 결정한다.”

△살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항복하지 않고 조용히 대응하는데, 종종 실패한다.”

△책을 영화로 만든다고 들었을 때 우려한 점이라도 있는가.

“처음부터 걱정한 것은 내 책은 진실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어느 정도 진실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 얘기의 본질은 진실이어서 제작자들과 얘기할 때도 그 점을 강조했다. 그랬더니 진실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말을 믿고 영화화를 허락하면서도 망설였고 과연 내가 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 하고 물어야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그들이 내 믿음을 지켜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hjpark1230.blogspot.com

▲피고소인 데보라 립스탯을 연기하는 레이철 바이스.
▲피고소인 데보라 립스탯을 연기하는 레이철 바이스.

홀로코스트 부인 비판한 책 썼다 명예훼손으로 피소…실제 법정다툼 그대로 대사로

‘부인’.

진실 수호에 관한 강렬하고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고 또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법정 드라마다. 영화의 법정 내 대사는 실제 재판에서 사용된 것을 그대로 인용, 기록영화처럼 사실감이 강하다. 또 다른 볼 만한 것은 연기파 영국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다.

영국의 역사 저술가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팔)의 홀로코스트 부인을 비판한 책을 쓴 미국의 대학교수 데보라 립스탯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서 런던 법정에 선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명예훼손 소송에서 피고소인이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해 립스탯이 홀로코스트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립스탯의 변호사는 직선적이고 달변인 리처드 램턴(탐 윌킨슨). 어빙은 자신이 스스로를 변호한다. 립스탯과 램턴을 비롯한 변호인단이 아우슈비츠를 방문한 뒤 전 세계 매스컴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이 시작된다. 언어의 대결이 치열하다. 믹 잭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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